원재료 오르고 수출가격은 하락…충청권 산업 '흔들'
충청권 주요 산업의 입력물가가 상반된 방향으로 움직이며 지역별 부담 요인이 뚜렷해지고 있다.
국내공급물가지수를 살펴보면 올 4~9월 사이 총지수는 소폭 하락했지만 원재료 항목은 국내와 수입이 서로 다른 흐름을 보였다. 수입 원재료는 같은 기간 178.71에서 165.27로 크게 떨어졌으나, 국내 원재료는 119.78에서 124.91로 상승해 내수 기반 제조업 위주의 지역에 비용 압력이 높아지는 구조가 나타났다. 중간재 역시 수입은 하락하고 국내는 보합 수준에 머물러 공급단의 부담이 특정 산업군에 집중되는 흐름이 확인됐다.
생산자물가지수에서는 제조업 전반의 가격 전가력이 낮게 나타났다. 공산품 지수는 123.77에서 123.46으로 소폭 하락했고, 전기장비와 화학제품, 일부 전자부품은 오히려 낮아져 생산단가 인하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음식료품 지수는 123.92에서 125.53으로 상승했고, 특수분류에서 식료품은 120.97에서 124.94로 오르며 생활필수재 중심의 가격 강세가 지속됐다. 총산출물가지수에서는 총지수수출이 134.97에서 130.73으로 떨어져 수출 중심 산업의 단가 약세가 확인된 반면, 금융보험서비스와 음식점숙박 등 내수 서비스 부문은 완만한 상승을 기록했다.
충북은 바이오와 정밀화학 중심 산업을 보유하고 있으나 의약품 출고가는 거의 변동이 없는 반면 국내 원재료 가격이 상승해 수익성 방어 여력이 제한적이다. 의약품 지수는 100.55에서 100.53으로 사실상 고정된 수준이지만 국내 원재료는 5포인트 이상 올랐다. 제조 공정에 필요한 화학 소재나 포장재 등 국내 조달 비중이 높은 품목들의 가격 강세가 지속될 경우 바이오 기업의 비용 압박이 누적될 가능성이 있다.
충남은 자동차와 전기전자, 석유화학 등 수출 비중이 큰 산업이 집중돼 있는데 총산출물가지수에서 수출 가격이 4포인트 이상 하락해 수익성 압박이 커진다. 전자부품 단가는 일부 품목을 중심으로 하락했고, 자동차부품은 제한적 오름세에 그쳤다. 글로벌 조달 비중이 높은 대기업의 비용 부담은 다소 완화될 수 있으나 국내 원재료 가격의 상승은 중소 부품사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수출단가 약세와 원가 상승 요인이 동시에 나타나는 구간에서 충남 제조업 전반은 채산성 악화 위험에 노출된 모습이다.
대전은 IT와 연구개발 중심 산업구조를 갖고 있지만 제조 출고가가 전반적으로 정체돼 있고, 일부 전자부품 단가는 오히려 하락해 수익 구조가 악화되고 있다. IT 지수는 106.69에서 106.75로 변동이 거의 없었고, 기타전자부품은 2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반면 금융보험, 생활서비스, 숙박음식 등 총산출 기반 서비스 가격이 오르며 운영비와 노동비용의 상승이 누적되는 형태다. 기술기업과 연구기관의 고정비 부담이 증가하는 셈이다.
세종은 행정과 서비스업 비중이 높아 최종재 가격 상승과 서비스 요금 인상이 생활비 부담으로 직결된다. 최종재 국내 지수는 완만하게 상승했고, 금융보험과 숙박음식 등 서비스 부문도 오른 흐름을 보였다. 제조업 비중이 낮아 출고가 안정의 이점을 누리기보다 소비자 가격 상승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구조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종합하면 충청권 전역에서 수출 제조 중심 지역은 단가 약세로 수익성 압박이 커지고, 서비스 비중이 높은 지역은 운영비와 생활비 상승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비대칭적 흐름이 나타난다. 국내 원재료 가격의 상승세와 출고가 정체가 동시에 관측되는 만큼, 지역 산업의 체력과 수익성은 내년 상반기에도 회복 속도가 더딜 가능성이 크다. /이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