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물가 총지수는 안정, 식료품·농림수산품은 더 올랐다
4~9월 생산자물가지수가 사실상 보합을 유지하는 동안 지수 안쪽에서는 식료품과 농산물 가격이 비교적 크게 움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생산자물가지수 통계를 보면 이 기간 총지수는 120.14에서 120.54로 0.3% 오르는 데 그쳤다. 겉으로만 보면 생산 단계 물가가 안정된 것처럼 보이는 흐름이다.
그러나 기본 분류별로 나눠보면 양상이 달라진다. 농림수산품 지수는 같은 기간 118.17에서 124.62로 5.5% 상승했다. 농산물과 축산물, 수산물이 포함된 범주가 전체 지수보다 훨씬 가파르게 오른 것이다. 반면 공산품 지수는 123.77에서 123.46으로 0.3% 내려가 총지수 상승폭을 상쇄했다. 서비스 지수는 111.66에서 112.67로 0.9% 올라 공산품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생산 비용 측면에서 보면 공산품과 에너지는 상대적으로 누그러지는 대신, 농림수산품과 서비스에서 가격 상방 압력이 유지된 셈이다.
특수 분류 기준으로 봐도 비슷한 구조가 확인된다. 이 기간 식료품 지수는 120.97에서 124.94로 3.3% 상승했다. 에너지 지수는 169.09에서 167.31로 1.1% 하락해 총지수의 오름폭을 제한했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지수는 116.42에서 116.71로 0.2% 오르는 데 그쳐 평균적으로는 큰 변동이 없었다. 요약하면 에너지와 일부 공산품 가격이 내려가거나 보합을 유지하면서 헤드라인 지수를 눌러주는 사이, 식료품과 농림수산품, 서비스는 비교적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신선식품 지수는 4월 122.79에서 9월 120.88로 1.6% 하락해 숫자만 보면 안정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월별 흐름을 보면 5월 109.11, 6월 107.53까지 떨어졌다가 7월 118.17, 8월 123.96으로 다시 반등하는 등 짧은 기간에 큰 폭의 등락을 반복했다. 같은 기간 평균 수준은 비슷하거나 소폭 낮아졌지만, 중간 과정에서의 변동 폭은 작지 않았다는 의미다.
품목별 지수는 이런 변동성을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4월부터 9월까지 시금치 생산자물가지수는 61.64에서 388.93으로 6.31배(531.0%) 뛰었다. 상추는 같은 기간 65.65에서 251.72로 3.83배(283.4%), 산나물은 115.94에서 293.06으로 2.53배(152.8%) 상승했다. 오이와 토마토, 생강 등 다른 채소류도 중간 월을 포함해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개별 품목 수준에서는 특정 시기에 가격이 집중적으로 오르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반대로 참외 지수는 164.59에서 72.27로 56.1% 하락했고, 무 지수는 199.45에서 94.60으로 52.6% 떨어졌다. 일부 과일과 채소는 출하 시기와 수급 여건에 따라 같은 기간 가격이 절반 가까이 낮아지기도 했다. 다만 시금치·상추처럼 급등한 품목과 참외·무처럼 크게 하락한 품목이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에, 전체 신선식품 지수는 소폭 하락에 그치면서도 개별 품목 수준에서는 강한 널뛰기가 나타나는 구조다.
결국 2025년 4~9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총지수 기준으로는 안정에 가까운 흐름을 보였지만, 세부 항목을 보면 에너지와 공산품이 지수를 눌러주는 동안 농림수산품과 식료품, 서비스가 상대적으로 더 오른 것으로 정리된다. 특히 신선 채소를 중심으로 한 품목별 지수는 짧은 기간에 수백 퍼센트 단위의 상승과 50%를 넘는 하락이 동시에 나타났다. /이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