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편리함이 만든 외식의 새 질서

2025-11-06     세종일보
아이클릭아트 

농림축산식품부 외식산업경기동향지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외식업 현재지수는 76.76으로 전분기보다 상승했다. 수치로만 보면 외식경기가 꾸준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회복의 무게중심은 명확히 이동하고 있다. 한식당이나 주점 같은 전통 외식업은 여전히 70선 초반에 머무른 반면,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 등 간편식 중심 업종이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이는 경기 회복이라기보다 소비문화의 전환에 가깝다. 팬데믹 이후 일상에 자리 잡은 혼밥·혼술·테이크아웃 문화는 더 이상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소비자들은 대면 회식보다 개인의 편의와 취향을 중시하고, 브랜드 신뢰를 기반으로 한 간편 외식을 선호한다. 이런 흐름은 소비자에게는 효율과 익숙함을 제공하지만, 지역 기반의 소규모 한식당에는 지속적인 압박으로 작용한다. 외식산업의 체감 회복이 업종별로 불균등하게 나타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외식경기의 지표 상승은 소비 여건의 개선이라기보다 ‘소비의 재배치’를 보여준다. 대형 프랜차이즈와 구내식당, 카페로 몰리는 소비는 산업 내부의 균형을 흔들고 있다. 전통적인 외식공간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표준화된 메뉴와 체인형 점포가 채우는 현상은 단순한 업황 문제가 아니라 문화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소비문화의 변화는 거스를 수 없지만, 그것이 한 지역의 음식문화 다양성을 잠식하는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외식산업의 회복을 지수로만 판단할 것이 아니라, 소비의 방향이 지역사회와 함께 순환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