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CTX의 방향은 ‘충청권 통합’

2025-11-04     세종일보
충청권 광역급행철도(CTX) 사업 녿선 

충청권 광역급행철도(CTX)가 한국개발연구원(KDI) 민자적격성 조사를 통과하며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전과 세종, 청주를 잇는 64.4km 구간에 총 5조 1135억 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충청권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는 교통망으로 평가받는다. 수도권 GTX와 동일한 제원의 차량을 도입하고, 경부선을 활용해 서울과 직결하는 계획까지 포함돼 지역 내외 연결성이 대폭 강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 사업이 단순히 ‘서울 접근성 개선’의 또 다른 이름으로 소비돼서는 안 된다. CTX는 수도권 중심의 교통구조를 보완하고 지방 대도시 간 이동을 빠르게 만드는, 지방권 균형교통의 첫 모델이 되어야 한다. 수도권은 이미 GTX로 광역교통망을 촘촘히 엮고 있지만, 지방권에서는 여전히 광역 간 이동이 도로 교통에 의존하고 있다. 충청권 CTX는 이 격차를 줄이고 지방권 생활권을 실질적으로 연결하는 첫 실험으로서 의미가 크다.

문제는 방향성이다. 경부선 직결이 포함된 만큼, 사업이 서울과의 연결에만 초점이 맞춰질 경우 ‘수도권의 확장선’으로 인식될 위험이 있다. 균형발전의 목적은 수도권으로의 이동을 빠르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방 내 교류와 경제활동을 강화해 자립적 성장권을 형성하는 데 있다. CTX는 수도권의 보조축이 아니라 충청권의 주축이 되어야 한다.

또한 노선 설계와 정차역 배치 과정에서 지역 간 형평성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투명한 논의 구조가 필요하다. 공청회와 주민 의견 수렴이 형식적 절차로 그친다면, 지역 통합의 명분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사업의 성공은 기술이나 예산이 아니라 시민의 신뢰에서 시작된다.

충청권 CTX는 균형발전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지역의 현실로 옮길 첫 실험이다. 수도권 중심의 교통체계에서 벗어나려면,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세종과 대전, 청주를 잇는 이 철도가 수도권의 그림자가 아닌 충청권의 자립축으로 기능할 때, 비로소 진정한 균형발전의 철도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