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리는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2025-10-31     세종일보

3년 전 오늘, 서울 이태원 좁은 골목에서 158명이 목숨을 잃었다. 축제를 즐기기 위해 모였던 인파가 경사로와 좁은 통로에 갇히면서 순식간에 참사가 벌어졌다. 적절한 통제도 없었고 구조도 늦었다. 그날 이후 우리는 국가의 재난 대응체계가 얼마나 허술했는지, 다중 밀집 장소에서의 안전 관리가 얼마나 부실했는지를 뼈아프게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그날로부터 고통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살아남은 이들 중 한 명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긴 시간 고통을 겪다 끝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정부는 그 죽음을 이태원 참사 사망으로 공식 인정했고, 이제 우리는 158명이 아닌 159명이라는 숫자를 기억하게 됐다. 사고는 순간이었지만 고통은 오랜 시간이 걸려야 겨우 드러났고, 그 책임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올해도 핼러윈 시즌을 맞아 수많은 젊은이들이 거리로 나선다. 분장과 음악, 웃음과 환호 속에 모처럼 일상에서 벗어난 자유가 피어난다. 그러나 축제가 끝난 후에도 우리는 모두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사건사고 없이 재밌게 놀자’는 말은 단순한 당부가 아니다. 이 사회가 더는 어이없는 반복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다짐이자 약속이다.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은 이태원, 홍대 등 전국 33곳을 핼러윈 중점 관리구역으로 지정하고, 안전요원 배치와 CCTV 관제, 출입 통제 조치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시민들도 이제는 알고 있다. 누가 먼저 움직여야 하는지, 어떤 곳을 피해야 하는지, 어떤 순간에 위험을 감지해야 하는지를. 3년 전의 실패는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문제는 그 변화가 지금도 유지되고 있느냐다.

10월의 마지막 주말, 우리는 또다시 ‘무사히 귀가하자’는 말을 건넨다. 다시는 그날의 고통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며, 모든 축제가 ‘안전하게 끝나는 일상’으로 남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