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무대 선 이재명, ‘연대의 지붕’으로 위기 돌파 제안

2025-10-29     이현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으로 APEC 정상회의가 열린 29일, 경주 도심은 찬반 시위로 종일 분주했다. 진보진영과 노동·인권·환경단체는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와 반인권·반환경 정책을 규탄했고, 보수단체는 그의 방한을 환영하며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와 이재명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다.

오전 11시경 동천동 구황교 인근에서는 ‘노 킹스, 노 트럼프(No Kings, No Trump)’ 구호가 울려 퍼졌다. 37개 단체가 연대한 ‘2025 APEC 반대 국제민중행동 조직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APEC을 빌미로 관세정책을 밀어붙이며 세계 민중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참석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한 피켓과 포승줄 퍼포먼스로 항의의 뜻을 드러냈다.

민주노총과 국민주권당도 옛 경주역 앞에서 각각 경제 수탈 반대와 일자리 보호를 외치는 집회를 열었다.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부는 일본기업 니토덴코를 규탄하며 행진을 이어갔다. 오후 들어서는 경주시 황남동 일대에서 보수단체의 ‘트럼프 대통령 방한 환영 국민대회’가 열려 성조기와 태극기를 든 500여 명이 “트럼프 만세, 윤석열 만세”를 외쳤다. 경찰은 이날 약 8000명을 투입해 질서 유지에 나섰고, 경주 지역에서는 APEC 관련 27건의 집회가 신고됐다.

한편 개최지인 경주는 숙박과 교통 인프라 부족으로 외신의 비판을 받았다. 뉴욕타임스는 “역사도시 경주는 아름답지만, 국제행사를 치르기에는 호텔이 부족하다”고 전하며 일부 대표단이 인근 도시에서 출퇴근하거나 크루즈선을 숙소로 이용했다고 보도했다. 외교부는 “민관 협력으로 2만 명이 투숙 가능한 숙소를 확보했다”며 “숙박난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APEC CEO 서밋’ 특별연설에서 “위기의 시대일수록 다자주의적 협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처마 끝의 수막새를 비유로 들며 “APEC이 동아시아의 지붕처럼 인류의 번영을 지탱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공지능 이니셔티브를 제안하며 “모두를 위한 AI가 APEC의 새로운 표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같은 행사에서 방탄소년단 RM은 문화세션 기조연설을 통해 “K팝은 특정 문화의 우월성이 아니라 다양성의 포용에서 비롯된 성공”이라고 말했다. 그는 K팝을 비빔밥에 비유하며 “서구의 음악 요소를 흡수하면서도 한국 고유의 미학과 정서를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RM은 “문화와 예술은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며, 창작자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각국이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