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화된 온라인 소비...거래액↑·효율↓
올 8월까지 온라인쇼핑 시장은 겉으로는 성장세를 이어가지만, 내부적으로는 효율 저하가 심화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3조 3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 늘었고, 8월에도 22조 4802억원으로 6.6% 증가했다. 하지만 성장률은 2022년 11.0%에서 2024년 6.7%, 2025년 상반기 1% 안팎까지 떨어지며 구조적 둔화 흐름이 뚜렷하다. 거래액 증가가 소비 확산이 아니라 자동차·음식서비스 같은 일부 품목 쏠림에 의해 유지된 점도 이 같은 착시를 키운다.
거래가 늘어도 플랫폼의 수익성은 나빠지고 있다. 1인당 결제금액은 대부분 감소했고, 주요 플랫폼의 전환율은 2%에 미치지 못한다. 소비자는 구매 단계 직전까지 접근하지만 높은 배송비, 복잡한 절차, 신뢰 저하로 이탈하는 비율이 70%를 넘는다. 거래는 많지만, 실질 구매로 이어지는 효율은 낮은 셈이다.
라이브커머스의 급성장은 이런 구조적 비효율을 가장 단적으로 드러낸다. 2025년 시장 규모는 25조원으로 2년 만에 두 배 이상 불어났지만, 상당 부분은 리워드형 광고에 따른 일시적 유입이다. 조회수는 늘었으나 구매 전환율은 일반 이커머스 수준에 머물고, ‘체리피커’ 유입으로 광고 효율이 떨어지면서 라이브커머스는 점차 판매보다 노출 중심의 광고 채널로 변질되고 있다.
판매자들은 거래액 증가에도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오픈마켓의 수수료는 최대 15%, 스마트스토어는 관리·판매 수수료를 합쳐 7% 수준이지만 실제로는 광고비까지 포함해 매출의 20~30%를 플랫폼에 지불한다. 광고 단가가 오르고 AI 기반 추천이 상위 판매자 중심으로 편중되면서 중소 판매자들은 이탈을 고려하고 있다. 네이버와 쿠팡이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한 가운데, 중소몰의 적자와 이커머스 양극화가 구조적으로 고착되는 양상이다.
이 같은 압박은 소비자 피로로 이어지고 있다. 하루 수천 개 광고 노출과 반복되는 프로모션은 쇼핑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소비자들은 전문몰과 브랜드 자사몰로 이동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서도 2025년 8월 기준 전문몰 거래액 증가율은 9.6%로 종합몰의 두 배를 넘었다. 신뢰 가능한 브랜드 직구와 단순한 구매 경험이 과잉 광고보다 선택받는 흐름이다.
결국 거래액 증가라는 표면적 지표 뒤에는 효율 저하, 광고 의존, 신뢰 위기의 그림자가 있다. 온라인쇼핑의 성장 국면은 이미 정체기를 넘어 포화 단계로 접어들고 있으며, 플랫폼과 판매자, 소비자가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효율 모델이 필요하다. /이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