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승 뒤에 남은 불균형
전국 땅값이 2023년 3월 이후 31개월째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3분기 지가 상승률은 0.58%로 2분기보다 폭이 다소 커졌지만, 상승의 온기는 전국적으로 확산되지 못했다. 수도권의 상승률은 0.80%로 전국 평균을 웃돈 반면, 지방은 0.19%에 그쳤다. 땅값은 오르는데 확산은 멈춰 있다.
수도권 쏠림은 한층 심화됐다. 서울은 1.07%로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았고, 용산과 강남, 서초 등 일부 고가 지역이 상승세를 주도했다. 반면 충청권은 세종 0.42%, 충북 0.29%, 충남 0.26%로 전국 평균에 못 미쳤다. 인구감소지역의 지가 상승률은 0.13%에 불과해 전국적 회복이 일부 지역에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거래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가격만 오르는 현상은 시장의 정상적 회복이라 보기 어렵다. 전국 토지 거래량은 전분기 대비 6%, 전년 대비 8% 감소했다. 실수요 기반이 약화된 가운데 수도권 중심의 기대 심리가 지가를 떠받치고 있다.
이 같은 불균형은 토지시장의 문제를 넘어 국가 균형발전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 토지 가격 상승은 자본이 집중된 지역에서 먼저 나타나고, 이는 다시 기반시설과 인구 이동을 불러온다. 수도권이 상승세를 유지하는 동안 지방은 인구 감소와 산업 이탈로 토지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
정부는 토지시장 안정만을 지표로 삼을 것이 아니라 ‘어디에서 오르는가’에 주목해야 한다. 산업입지와 생활 인프라, 공공서비스가 수도권에 집중된 상태에서는 지방의 토지 가치가 회복되기 어렵다. 균형발전정책은 단순한 행정기능 분산을 넘어 인구감소지역에 실질적 생활 기반과 산업 동력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