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란은 없다"…올해 김장은 평온하게

2025-10-23     세종일보
아이클릭아트

올해 김장철은 지난해보다 한결 여유로울 듯하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밝힌 전망에 따르면 배추와 무의 재배면적이 각각 전년 대비 2.5%, 7.4% 늘었고, 김치업체와 도매시장 재고도 충분해 공급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가을철 잦은 비로 병충해가 우려됐지만, 피해는 제한적이었다. 김장철을 앞두고 정부가 미리 수급 점검에 나선 덕분에 예년처럼 배추 한 포기 값이 치솟는 ‘김장 대란’은 피할 수 있을 전망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배추와 무 가격이 급등하지 않는 점은 다행이다. 최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자료를 보면 배추 1포기 평균 소매가격은 5203원으로 지난해보다 9%가량 올랐지만, 작년 같은 시기 폭등세에 비하면 비교적 안정된 수준이다. 무 가격은 오히려 10% 넘게 하락했다. 재배면적 확대와 재고 확보가 가격 안정을 이끈 셈이다. 김장 비용의 절반을 차지하는 주요 채소가 안정세를 유지하면 소비자들의 체감 부담도 다소 줄어든다.

그렇다고 장바구니 사정이 완전히 가벼워진 것은 아니다. 마늘과 쪽파는 작황 부진과 산지가격 상승으로 여전히 비싸고, 멸치 생산량이 줄면서 멸치액젓 가격도 강세를 보인다. 김장에 들어가는 양념채소와 젓갈류는 지역·계절에 따라 수급 변동이 크기 때문에, 일부 품목의 오름세가 전체 체감물가를 높이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정부가 비축물량을 방출하고 할인행사를 병행하겠다고 밝힌 만큼, 실제 현장 판매까지 연결되는 세밀한 관리가 필요하다.

김장철은 가족의 식탁이 풍성해지는 계절이자, 한 해 농사의 결실이 밥상으로 이어지는 시간이다. 김치 한 포기 속에는 손맛뿐 아니라 올해의 물가와 농산물 사정이 고스란히 담긴다. 올해만큼은 물가 걱정보다 오랜만에 담그는 김치의 정성과 웃음이 골목마다 퍼지길 바란다. 정부의 조기 대응이 올해 김장을 ‘걱정보단 손맛이 먼저인 계절’로 만드는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