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5개국이 선택한 K-뷰티, 기술이 뒷받침돼야

2025-10-21     세종일보
아이클릭아트

K-뷰티의 위상이 다시 세계 시장의 중심에 서고 있다. 올해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85억 2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고, 수출 대상국도 205개국에 이르렀다. 특히 미국이 사상 처음으로 최대 수출국으로 올라서며 K-뷰티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시장을 다극화했다는 점에서 산업의 전략적 전환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화려한 수출 성적 뒤에는 기술적 불균형이라는 오래된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K-뷰티의 성장 동력이 브랜드보다 제조에 있다 보니, ODM 기업 중심의 ‘공장형 산업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 소수 제조사가 세계 시장을 떠받치지만, 제품 혁신이나 원천기술 개발에서는 여전히 한계가 뚜렷하다. 중소 브랜드들은 빠른 제품 출시로 시장을 넓히고 있으나, 독자적 기술 없이 트렌드 의존적 구조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이대로라면 글로벌 경쟁 속에서 기술력과 원료 자급 능력의 부족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수출 품목의 다변화는 산업의 진화 가능성을 보여준다. 색조·향수·패치형 화장품 등 신제품군의 수출이 급증하고, 친환경·비건 라인으로의 전환도 본격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을 산업의 질적 도약으로 연결하기 위해선 연구개발과 지식재산 축적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단기적 ODM 경쟁력에 안주할 경우, 기술적 주도권은 결국 외국계 자본이나 글로벌 플랫폼에 넘어갈 수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GLOW-K 수출 지원정책은 산업 기반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단순한 수출 지원을 넘어, 위조상품 대응과 국제 인증 체계, 친환경 제조 표준 확립 등 기술 중심의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산업이 성숙할수록 ‘얼마나 많이 파느냐’보다 ‘얼마나 깊이 만들었느냐’가 경쟁의 기준이 된다.

205개국 진출은 분명 성취다. 그러나 세계가 K-뷰티를 소비하는 속도보다, 우리가 기술력을 쌓는 속도가 더디다면 이 성장은 오래가지 못한다. 수출의 기록을 넘어 기술의 기록으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K-뷰티가 다음 10년을 준비해야 할 진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