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개국이 증명한 경쟁력, K-뷰티 2막 - 下.

70개 품목에서 다양성으로...K-뷰티의 진짜 경쟁 시작

2025-10-21     이승현 기자

K-뷰티의 지형도가 급변하고 있다. 2025년 최대 수출국이 처음으로 중국에서 미국으로 바뀌었고, 중국 의존도는 30%에서 18.5%로 떨어졌다. 이는 단순한 순위 변동이 아니라 산업 구조의 근본적 전환을 의미한다.

1편에서는 시장의 지형 변화를, 2편에서는 ODM 제조사 중심으로 재편되는 산업 생태계를, 3편에서는 성장 뒤에 남은 질적 과제들을 다룬다. /편집자주

아이클릭아트

올해 화장품 수출은 양적으로 이미 확실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의 경쟁력은 질적 체력에서 결정된다. 품목별 수출 현황을 보면 기초화장품이 41.7%로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증가율은 8.3%에 그쳤다. 반면 기타화장품(선크림·주름스틱 등)은 25.5% 비중에 20.4% 증가했고, 색조화장품은 15.4% 비중에 17.4%, 세안제품은 4.9% 비중에 26.3%, 향수는 0.5% 비중에도 39.5% 급등했다. 모든 품목이 동기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수출의 ‘엔진 교체’가 진행되고 있다.

다양한 제품군 확장은 곧 산업의 질적 변화다. 주름스틱, 패치형 화장품 등 신유형 제품이 수출 품목으로 자리 잡았고, 향수나 색조 부문은 팬데믹 이후 글로벌 소비 회복세와 맞물려 성장하고 있다. ODM 기반의 OEM 수출 확대도 이 흐름을 뒷받침한다.

정부는 이런 변화에 맞춰 2025년 9월 ‘GLOW-K’ 수출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 정책은 글로벌 무역장벽 해소, 현지 맞춤형 지원, 전자상거래 활성화, 판로 확대, 브랜드 보호, 풀필먼트 제도 개선의 6개 축으로 구성된다. 립스틱, 마스크팩 등 6종 품목을 원산지 간이확인 대상으로 지정해 통관 절차를 간소화했고, 면세점과 연계한 K-뷰티 체험존, 위조상품 단속도 병행하고 있다.

그러나 위조상품 유통, 현지 규제 강화, 원료 의존도, 환율·물류비 변동 등은 여전히 리스크 요인이다. 중국에서 무단 생산된 위조품이 아마존과 이베이 등에서 판매되는 사례가 늘면서, 특허청은 해외직구 위조상품 단속 근거를 명확히 하는 상표법 개정을 통과시켰다. 브랜드 보호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 조건이다.

비건, 친환경, 남성용, 10대 타깃 등 시장 세분화도 새로운 변수다. 효능과 친환경성을 동시에 요구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기업들은 R&D와 원료 자립에 집중하고 있다. 코스맥스는 AI 기반 맞춤형 색조 설계 시스템을 도입했고, LG생활건강과 고운세상코스메틱은 전 과정에 탄소 저감 공정을 적용하고 있다.

K-뷰티는 이제 양적 확장기를 넘어 질적 경쟁의 국면으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이 최대 시장으로 올라서고 205개국으로 시장이 확장됐지만, 성장의 지속 여부는 기술, 품질, 규제 대응, 브랜드 신뢰라는 보이지 않는 변수들에 달려 있다. 화려한 실적 뒤에 있는 체력의 지속성이 향후 5년의 승부를 결정할 것이다. <끝> /이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