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운 호황 속 중소기업의 고립
해상운임이 반으로 내려갔다. 글로벌 운임지수가 연초 2505p에서 10월 1198p로 하락한 것은 한국 수출기업에는 분명 긍정적 신호다. 하지만 이 신호가 모든 기업에 동등하게 작용하지는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물류비 부담 격차를 보면 현실이 명확해진다. 매출액 대비 물류비 비중은 3000억 원 이상 대기업이 4.4%인 반면, 500억 원 미만 중소기업은 7.8%다. 거의 두 배 수준이다. 해상운임이 떨어져도 환적, 하역, 창고 같은 고정비는 줄어들지 않는다. 해상운임 인하의 이득을 흡수할 수 있는 규모와 협상력을 갖춘 대기업과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 사이의 간격은 더 벌어진다는 뜻이다.
충청권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내륙 산업단지와 항만 사이의 물류망 병목이 고정비 부담을 가중시킨다. 도로화물운송 생산자물가지수가 올해 들어 1% 안팎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연료비 연동제와 안전운임제는 비용 인하를 구조적으로 막아놓았다. ICD 과잉 보관과 컨테이너 반납 거부 같은 물류 인프라 문제까지 겹친다.
정부 지원책도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충북의 연 500만 원 지원, 충남의 연 200만 원 지원은 중소기업이 감당해야 할 물류비 부담 규모에 비하면 미미하다. 임시방편의 보조금으로 구조적 문제를 덮으려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이대로라면 한국 수출산업의 경쟁력은 균형을 잃을 수밖에 없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은 점점 심해지는데, 국내 중소기업의 체질은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상운임 인하라는 호재가 대기업만 살리고 중소기업은 도태시키는 구조가 반복되면, 수출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평택항 중심의 물류망 최적화, ICD 효율성 개선, 공동물류 활성화 같은 구조적 혁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해상운임 하락의 효과를 모든 기업이 공정하게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한국 수출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