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운임 급락 속 내륙 제조업체만 뒷걸음질

2025-10-16     이승현 기자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올 초부터 국제 해상운임이 급락하면서 전 세계 물류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 신호가 모든 지역 기업에 같은 수준의 이득을 가져다주지는 못하고 있다. 특히 내륙에 위치한 충청권의 제조업체들은 해상운임 인하의 효과를 체감하지 못한 채 새로운 형태의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관세청의 9월 운송비용 현황을 들여다보면 해상 운임의 하락 추세가 명확하다. 미국 서부로의 수출 평균 운송료는 498만 원으로 전달 대비 5.6% 내려갔고, 유럽연합 방면은 358만 원으로 4.5% 하락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30% 이상 급락한 수치다. 해상 수입 운송료도 유럽연합과 중국 모두 하락세를 보였으며, 항공 수입료까지 큰 폭으로 떨어졌다. 글로벌 운임지수는 연초 2505포인트에서 10월 1198포인트로 반감될 정도로 시장 변화가 급격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중소기업들이 느끼는 실질적인 물류비 부담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매출액 대비 물류비 비중은 평균 6.9%에 달한다. 특히 규모가 작을수록 이 비중이 더 크다는 것이 문제다. 500억 원 미만의 중소기업은 매출의 7.8%를 물류비로 소비하는 반면, 3000억 원 이상의 대기업은 4.4%에 불과하다. 해상운임이 인하되더라도 환적, 하역, 창고 운영 같은 고정비용들은 유지되기 때문이다. 도로화물운송 생산자물가지수는 2025년 들어 1% 안팎의 상승세를 계속 이어가고 있으며, 연료비 연동제와 안전운임제의 영향으로 비용 인하가 어려운 구조를 띠고 있다.

충청권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은 지역적 특성에서 비롯된 측면도 크다. 평택항이 수도권과 중부권의 주요 물류 거점으로 떠올랐지만, 청주, 오송, 진천 등 충청권 산업단지로의 물류망은 여전히 비효율적이다. 평택항 기준 내륙 운송료는 수원 26만 원, 천안 25만 원, 청주 57만 원, 대전 43만 원 수준으로 책정되어 있다. 부산항 이용 대비 20만 원가량 저렴하지만, 실제 운송 과정에서는 내륙컨테이너기지 회송 제약과 하역대기비 같은 예상 밖의 비용들이 적잖이 발생한다. 더욱이 진천과 의왕의 ICD는 공 컨테이너가 과잉 보관되어 있어 이용률이 낮은 상태이며, 컨테이너 반납 거부 사례까지 빈번하다.

정부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대응책을 마련해 두고 있다. 물류바우처와 국제특송 지원사업 같은 중소기업 대상 지원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다. 충북은 기업당 연 500만 원 한도 내 50%를, 충남은 연 200만 원 한도 내 70%를 지원하고 있다. 다만 연료비와 창고비의 지속적 상승, 통행료 감면 축소 같은 변수들이 여전히 총비용 절감을 방해하고 있다. 화물차 심야통행료 할인 연장과 안전운임제 유지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결국 현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해상운임 인하를 실제 물류비 절감으로 연결하는 구조 개선이다. 평택항 중심의 물류 네트워크 최적화, 내륙컨테이너기지의 운영 효율성 강화, 기업 간 공동물류 활성화 같은 근본적인 개선책들이 함께 추진되어야만 충청권 등 내륙 산업지역의 물류비 경직성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