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국감] 제도 신뢰 시험대에…부곡병원·위고비·대법원까지 쟁점 확산

2025-10-15     이현정 기자

국회 국정감사에서 보건·노동·사법 현안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졌다. 국립부곡병원의 임상연구비 허위 집행 의혹, 비만치료제 위고비의 무분별한 처방, 대법원 현장검증을 둘러싼 여야 충돌 등이 주요 쟁점으로 부각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부곡병원의 연구비 집행 실태가 도마에 올랐다. 최보윤 의원(국민의힘 비례대표)은 “부곡병원이 2022년부터 2025년까지 복지부로부터 3억 1천만 원의 임상연구비를 지원받고도, 29개 과제 중 27건이 환자 참여 없는 문헌 짜깁기 수준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절차를 통과했다는 이유로 이런 연구를 임상연구로 인정한다면 제도적 개념이 붕괴된다”며 복지부의 감독 부실을 비판했다.

복지부는 “국립병원 기본운영규정상, 정해진 절차를 통과한 과제는 임상연구로 본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태경 부곡병원장은 “절차상 문제는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최 의원은 “복지부의 이런 해석이 국립병원 연구비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릴 것”이라며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그는 특히 원장과 부원장이 동시에 연구계획 심의와 인건비 수령을 겸하는 ‘셀프 승인·수령’ 구조, 인건비 중심의 예산 배분, 형식적 IRB 심의 등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감사원 감사와 전수조사를 요청했다.

같은 국감에서 비만치료 주사제 위고비(Wegovy)의 무분별한 처방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김남희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광명시을)은 “위고비가 임산부와 청소년에게까지 처방되고 있다”며 복지부와 식약처의 관리 부실을 질타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8월까지 12세 아동 69건, 임신부 194건의 처방이 확인됐다. 김 의원은 “비만과 무관한 진료과에서도 처방이 이뤄졌고, 부작용으로 응급실 내원자만 159명에 달했다”며 “비급여라는 이유로 방치하는 것은 국민 건강을 방기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의사의 재량권 한계를 고려하더라도 오남용 방지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며 “식약처와 협력해 감시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 비만치료 주사제의 관리 사각 문제는 향후 ‘전문의약품 투약 기준 법제화’ 논의로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대법원 현장 국정감사 과정에서 여야가 정면 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을 검증하기 위한 정당한 조치라고 주장한 반면, 국민의힘은 “사법부 압박”이라며 강하게 반발해 국감 보이콧을 선언했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전원합의체 재판부의 기록 열람은 재판 개입이 아니라 사실 확인을 위한 절차”라고 강조했고,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진행 중인 사건을 대상으로 한 자료 요구는 명백한 월권”이라고 맞섰다. 결국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현장검증을 강행하자 국민의힘 위원들은 “헌정질서를 훼손하는 날치기”라며 퇴장했다.

민주당은 “대법원 증원 논의에 따른 사무공간 확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기본 검증”이라고 반박했지만, 양당의 충돌로 국감은 사실상 파행됐다.

이번 국정감사는 복지부의 연구비 관리, 비만치료제 오남용, 사법부 독립성 등 각 부문의 제도적 신뢰와 책임성을 시험대에 올렸다. /이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