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상품의 온라인 전환, 자동차 거래액 1년 새 절반 이상 급증
8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2조 4802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6.6% 늘어난 규모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건 자동차 및 자동차용품 거래액이다. 7821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월 대비 55.1% 급증했다. 전체 품목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온라인 유통이 이제 전통적으로 오프라인 중심이었던 품목까지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자동차는 고가에 내구재라는 특성상 구매 결정이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품이다. 제품 비교부터 현장 확인, 시승에 이르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온라인으로의 전환은 더딘 편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전기차와 중고차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판매 플랫폼이 늘어나고, 제조사들도 직접 판매 시스템과 온라인 예약 방식을 본격화하면서 온라인에서도 차를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가격 투명성, 풍부한 정보, 시간 절약 같은 장점이 더해지면서 온라인을 통한 구매 선택도 늘고 있는 추세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자동차 품목의 모바일 거래 비중이다. 이 비율은 23.9%에 그쳤다. 전체 온라인쇼핑의 평균 모바일 침투율 79.4%와는 큰 차이다. 음식서비스가 98.9%, 아동·유아용품이 85.5%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확연하다. 고관여 상품의 특성상 소비자들이 여전히 큰 화면에서 정보를 찾고, 조건을 꼼꼼히 비교하며, 상담을 거쳐 결정하는 방식을 선호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결국 온라인 거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어떤 기기를 통해 접근하느냐에 있어서는 품목별로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는 셈이다.
이런 변화는 전자상거래 시장의 품목 확장을 넘어서는 의미를 지닌다. 유통 채널 전략 자체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신호로 읽힌다. 고가 품목의 온라인 거래가 현실이 되면서, 플랫폼 사업자와 제조사 모두 기존과 다른 접근이 필요해졌다. 상품 정보를 시각적으로 잘 전달하고, 실시간으로 상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며, 결제 과정의 보안을 강화하는 등 차별화 전략이 요구된다. 특히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UI를 갖추지 못한다면, 온라인 거래의 증가가 곧바로 모바일 거래의 확대로 이어지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이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