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3% 성장 vs 90% 집중, 간편결제 시장의 두 얼굴

2025-09-30     이성재 기자

국내 간편결제 시장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는 가운데, 소수 대형 업체로의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은행 및 업계 자료를 종합하면,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 3사가 시장 전체의 90%를 장악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네이버페이의 점유율이 51.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상반기 기준 일평균 거래는 건수 3378만 건, 금액 1조464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3.7%, 11.4% 늘어났다.

전자결제대행(PG) 분야 역시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하루 평균 3314만 건, 1조5319억 원 규모로 거래되며 전년 대비 8.9% 증가했다. PG시장 내 상위 4개사가 약 70%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특히 KG이니시스와 NHN KCP가 각각 30% 안팎의 비중을 보이고 있다. 선불전자지급 기반의 간편송금 서비스 또한 꾸준히 성장하며, 일평균 거래액 9807억 원으로 9.1% 증가세를 나타냈다.

이 같은 확장세의 배경에는 주요 사업자들의 기술 주도권 확보와 사업영역 확대 전략이 있다. 토스는 얼굴인식 결제 '페이스페이'를 선보이고 오프라인 결제 단말 10만 대를 배치하며 물리적 결제망을 넓혔다. 카카오페이는 SSG닷컴, G마켓의 결제 시스템을 인수하며 이커머스 내 입지를 강화하는 중이다. 네이버페이는 '커넥트' 단말을 통해 MST, NFC, QR 등 다양한 결제 수단을 통합 지원하고, 자체 멤버십 포인트 제도를 활용해 고객 충성도를 높이고 있다.

반면 규모가 작은 PG업체들은 자금과 기술 역량의 한계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일부는 특정 분야를 집중 공략하는 방식으로 맞서고 있지만, 정부의 자본 요건 강화 방침에 따라 50여 개 업체가 자본 확충 부담을 안고 있다. 이들은 유연한 계약 조건과 신속한 대응 등을 앞세워 제한적이나마 생존 공간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시장 구조 변화는 소비자 피해 문제와도 연결된다. 2025년 1월부터 8월까지 간편결제 관련 피해는 50건, 피해액은 2억2076만 원으로 이미 작년 전체 피해액을 초과했다. 피해 유형도 메신저 사기나 문자 피싱을 넘어, 개인정보 탈취 후 무단 결제가 이뤄지는 식으로 고도화되고 있다. 간편결제 사업자들은 에스크로 등 안전 장치를 확충하고 있으나, 실제 효과에 대한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24년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은 이런 흐름을 반영해 정산금 보호, 선불충전금 별도 예치 의무 등을 명문화했다. PG사와 선불업체는 정산 기한 준수와 함께 지급보증보험 또는 신탁을 통해 자금을 분리 관리해야 하며, 등록 조건도 일부 강화됐다. 이를 통해 금융 이용자 보호와 업계 투명성 강화를 위한 제도적 토대가 갖춰졌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간편결제 시장은 신용 중심의 사회 문화와 디지털 기술 발전이 결합되며 고유한 성장 경로를 그려왔다. 다만 대형 플랫폼 위주의 집중화, 중소업체 위축, 소비자 보호 사각지대 등 구조적 난제들이 공존하는 만큼, 제도 설계와 경쟁 환경 조율에 대한 세밀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성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