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케이션 시대, 농촌은 준비됐는가 -上.
10개 거점으로 확대…정부·지자체 드라이브
2021년 이후 농촌 워케이션은 단기 실험을 넘어 중장기 정책으로 자리잡았다. 정부와 지자체는 거점 확대와 경제 효과 창출에 주력하고 있으나, 수요 편중과 법적 한계는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본 기획은 농촌 워케이션의 현주소와 향후 과제를 정책 성과와 구조적 한계를 중심으로 짚어본다. /편집자
2021년 이후 농촌 워케이션은 단순한 근무 형태의 변화를 넘어 농촌 경제 활성화와 인구 유입을 위한 정책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원격근무 확산과 함께 수도권 밀집 근무환경에 대한 회의감이 커지면서,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됐다. 이는 도시를 벗어나 농촌을 새로운 거주 및 업무 공간으로 받아들이는 움직임과 맞물렸고, 정부와 지방정부는 이를 단기 프로젝트가 아닌 중장기 정책 과제로 전환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4년 6곳의 농촌 워케이션 시설을 선정해 시범 운영을 시작했으며, 올해에는 경기 이천, 전남 곡성, 경남 남해, 충남 공주를 포함해 모두 10곳으로 거점을 늘린다고 발표했다. 각 거점은 지역 특성에 맞춰 숙박시설과 업무 공간을 갖추고 있으며, 이용자에게는 평일 기준 1인 1일 최대 5만 원의 숙박비 지원과 여행자보험이 제공된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통해 공간 조성을 돕고, 지역 체험과 연계한 프로그램도 함께 개발되고 있다.
지자체별로는 운영 방식과 전략이 명확하게 차별화되고 있다. 제주도는 풍부한 자연환경과 관광 자원을 활용해 전국에서 가장 먼저 워케이션 제도를 도입했다. 2024년 상반기에만 약 1만 3000명이 제주 워케이션에 참여했으며, 만족도는 95%, 재참여 의향은 99%에 이른다. 제주도는 민간 사업자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1인당 최대 30만 원의 오피스 이용료와 여가 프로그램 비용을 보조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도외 기업 유치, 유휴공간 활용, 지역 커뮤니티 구축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6년까지 워케이션 이용 인구 10만 명을 목표치로 설정했다.
충청남도는 2023년 보령, 태안, 부여, 예산 등 4개 시군에서 3박 4일 형태의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총 13회 운영했다. 올해는 참여 지역을 8개 시군으로, 숙박 시설을 16곳으로, 업무 공간 역시 16곳으로 늘리며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부산시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투입해 '부산형 워케이션'을 시행 중이다. 동구 아스티호텔에 설치된 워케이션 센터를 거점으로 1050개 기업과 1900여 명이 등록을 완료했으며, 산업단지와 연계한 체류형 근무 모델을 실험하고 있다.
경제적 효과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충남에서는 2023년 상반기 프로그램 참여자 181명이 1인당 평균 49만300원을 지출해 총 2억2100만 원의 지역 내 소비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숙박업소와 음식점 등 관련 업종의 매출은 프로그램 운영 기간 중 평균 10% 이상 늘었다. 부산형 워케이션의 경우 생산유발효과가 약 153억 원으로 추산되며, 참여자의 88%가 수도권 청년층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단순 관광이 아닌 일정 기간 체류를 통한 소비 창출과 지역 인구 유입 효과가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의 정책 확대와 지방정부의 대응 사례는 농촌 워케이션이 제도적 틀 속에서 점차 안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업장이 양적으로 늘어나면서 지역별 인프라도 구축되고 있으며, 민간 기업의 참여 의지도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초기 성과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려면 콘텐츠의 질, 지역별 특성 반영, 이용자 경험 설계 등에서 실질적인 운영 역량이 필요하다. /이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