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산업현장 감전사고, 더는 개인 책임으로 둘 수 없다

2025-09-24     세종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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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권에서만 지난해 51명의 감전사고 사상자가 발생했다. 전국 총 742명 중 6.9%에 해당하는 수치로, 지역 규모에 비해 결코 적지 않다. 사고는 주로 공장·작업장 등 산업현장에서 집중됐으며, 피해자 다수는 전기기술자, 기계·설비 종사자, 생산직 노동자였다. 감전사고가 계절이나 우연에 따른 돌발 변수가 아니라 구조적인 산업안전 사각지대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국전기안전공사의 감전재해 통계에 따르면 충청남도는 23건으로 충청권 내에서 가장 많은 사고가 발생했고, 충청북도와 대전광역시도 각각 15건, 11건에 달했다. 사고 장소는 공장·작업장이 가장 많았고, 공사장, 주거시설, 송배전선로 등 다양한 현장에서 감전이 일어났다. 특히 충청북도에서는 고등학생이 감전사고를 당한 사례도 확인돼 연령과 직업을 막론한 사고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사고가 반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기안전 점검 체계나 사업장 내 예방 조치가 여전히 미흡하다는 점이다. 감전사고는 현장의 작업자 부주의만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보호장비 착용 상태, 전기설비 관리 상태, 교육 이수 여부, 안전규정 준수 여부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다. 그러나 현재의 안전관리 체계는 사고 발생 후 사후처리에 치우쳐 있으며, 예방에 필요한 규제·점검·교육은 실효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기업은 감전사고를 ‘개인 실수’로 취급하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특히 전기·기계·설비 등 고위험 직종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정기 안전교육, 실효성 있는 설비 점검, 작업환경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여름철 고온다습한 날씨에 전기설비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감전사고 위험도 함께 높아지는 만큼, 계절적 특성까지 고려한 맞춤형 대응체계도 필요하다.

감전사고 피해자는 다수가 현장 노동자, 청년 기술자, 소규모 사업자, 고령층 등 사회적 약자다. 안전망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더 큰 피해를 입는다는 점에서 감전사고는 단순 산업재해가 아니라 전기안전 불평등의 문제이기도 하다. 반복되는 사고 앞에 더는 무관심하거나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감전사고는 막을 수 있다. 정책의지와 현장 개선이 결합될 때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