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소비심리, 젊은층은 회복·고령층은 정체

2025-09-11     이승현 기자
물가 관련 자료사진.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 없습니다. 사진=세종일보DB

물가 상승률에 대한 기대감이 안정화되고 있지만, 충청권 지역 소비자들의 실제 체감 온도는 연령대에 따라 극명하게 갈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젊은 세대는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로 소비 의욕이 살아나고 있는 반면, 고령층은 여전히 생활 여건 개선을 실감하지 못해 소비에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실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8월 전국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3.0%를 기록해 연초 3.3%에서 0.3%포인트 낮아졌다. 물가에 대한 우려가 누그러지면서 향후 1년간 물가가 1-2%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는 응답 비율은 같은 기간 12.7%에서 14.4%로, 2-3% 상승을 예측하는 비율도 24.8%에서 27.4%로 각각 늘었다. 이와 달리 5% 이상의 급격한 물가 상승을 우려하는 응답은 줄어들어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진정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런 변화에 힘입어 경기전망CSI, 소비지출전망CSI 등 일부 지표는 호전됐으나, 생활형편CSI는 기준치 100에 미치지 못하며 실질적인 체감 회복은 아직 제한적인 상황이다.

충청권 역시 전국적 추세와 유사한 패턴을 나타냈다. 대전·세종·충남 지역의 현재생활형편CSI는 연초 83에서 8월 97로 상승해 전국 평균 96과 거의 같은 수준에 도달했다. 충북은 80에서 94로 올랐지만 여전히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지역별 편차를 살펴보면 세종이 가장 빠른 회복 속도를 보인 반면, 충남과 충북은 지역 산업 특성과 인구 고령화의 영향으로 전국 평균 수준까지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세대별 분석에서는 이런 차이가 더욱 선명해진다. 40세 미만 연령층의 생활형편CSI는 1월 96에서 8월 99로 지속적으로 개선돼 기준선 100 회복이 코앞에 와 있다. 40대와 50대도 각각 83→97, 83→95로 상당한 상승세를 기록하며 긍정적인 변화를 보였다. 하지만 70세 이상 고령층은 87에서 91로 소폭 증가에 그쳐 회복 정도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미미했다. 젊은 층이 물가 상승률 둔화와 각종 정책 효과를 바탕으로 소비 계획을 늘리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고령층은 생활 여건 개선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충청권의 인구 구성은 이 같은 세대별 격차를 뒷받침하는 배경이 된다. 2025년 현재 전국 평균 연령이 45.4세인 가운데, 충북과 충남은 46-47세로 이보다 높다. 특히 충남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22.2%에 달해 이미 초고령사회 기준을 넘어섰고, 충북도 19.8%로 전국 평균 20%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세종은 평균 연령이 39세에 불과해 젊은 인구 비중이 높고, 대전은 44세로 중간 정도다. 충북의 일부 농촌 지역은 평균 연령이 50세를 넘는 곳도 있어 지역 내에서도 도시와 농촌 간 소비 심리 격차가 나타나고 있다.

각종 정책들도 세대별 격차를 확대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충청권에서는 청년 교통비 지원, 지역화폐 캐시백 확대, 월세 지원 등 생활비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들이 확산되면서 젊은 층의 소비 심리 개선에 도움이 되고 있다. 반면 고령층은 의료비와 식료품비 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서 이런 정책 혜택을 실감하기 어렵고, 연금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아 경제 전망이 밝아져도 소비를 늘리는 데는 신중한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충청권에서 나타나는 이 같은 소비 심리의 양면성이 단순한 경기 사이클의 차이가 아니라 인구 구조와 생활 여건의 근본적 차이에서 기인한다고 분석한다. 물가 안정화 신호가 확산되고 있음에도 고령층의 체감 개선 속도가 느린 것은 지역 고령화 가속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소비 심리 회복세를 지속하려면 젊은 층을 겨냥한 지원책과 함께 고령층의 생활 안정망을 보강하는 종합적인 정책 방향이 요구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