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위기, 내수 빈틈과 플랫폼 종속이 키운다
지난해 자영업 폐업 신고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1995년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100만 명선을 돌파한 것이다. 소매업과 음식점업이 폐업률 상위 업종을 차지하며 공실 증가가 눈에 띄게 확산됐고, 내수침체와 금리 부담은 자영업자의 생존 기반을 흔들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취약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12.24%로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자영업 대출잔액은 1067조 원을 넘어섰다.
자영업 비중은 전체 취업자의 20% 수준으로 여전히 OECD 평균보다 5%p 이상 높다. 문제는 단순히 자영업자가 많다는 데 있지 않다. GDP 대비 민간소비 비중이 한국은 50%에 불과한 반면, 미국은 70%, OECD 평균은 60% 수준이다. 작은 내수시장에 비해 자영업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은 구조가 문제의 본질이다. 자영업자가 줄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내수 기반이 커지지 않는 한 위기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위기 원인은 디지털 전환에서도 두드러진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소비가 온라인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전통 자영업은 플랫폼에 종속되는 양상이 뚜렷해졌다. 특히 배달·숙박 플랫폼에서 일부 자영업자가 지불하는 거래비용은 매출의 35%에 달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는 단순한 수수료 문제가 아니라, 자영업이 플랫폼 생태계의 하청 구조로 편입되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공공배달앱이나 사회적 배달앱 논의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공공 플랫폼은 경쟁력이 부족해 효과가 제한적이었고, 결국 지역화폐·할인 혜택과 연계된 사회적 플랫폼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자영업자의 디지털 종속을 완화하고 지역 공동체 차원의 대안을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새로운 정책 축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소비쿠폰은 내수 진작의 마중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7월 지급된 1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18일 만에 신청률 95%를 기록했고, 지역 시장에서는 포스터를 미리 붙이고 준비한 매장이 매출 증가 효과를 체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효과가 일시적일 수 있다고 본다. 근본적 구조개선이 없는 상황에서 소비쿠폰은 재정 부담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다. 그러나 시각을 달리하면 소비쿠폰은 단순 경기부양책이 아니라 국민이 자영업 구조조정 과정에 참여하는 방식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소비자가 쿠폰을 어디에서 사용하느냐에 따라 시장의 재편이 결정되는 것이다. 쿠폰은 소비를 강제하는 장치이자, 취약 자영업자에게 단기적 생존 기회를 제공하는 ‘참여형 구조조정’의 도구가 된다.
결국 자영업 위기는 숫자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과소한 내수시장, 플랫폼에 편중된 거래 구조, 단기적 부양책에 머무르는 소비 진작책이 교차하며 위기의 양상을 키우고 있다. 자영업자의 과잉이 아니라 내수 기반의 협소함에 주목하고, 플랫폼 독과점을 제어하는 동시에 소비쿠폰을 시장 재편의 촉매로 활용하는 전략적 시각이 필요하다. /이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