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야간 소음 전국 최악...충남 53dB로 1위
환경부가 발표한 지난해 소음도 측정 결과에 따르면, 충청권 지역의 야간 소음 수준이 전국에서 가장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충청남도가 53.0dB로 전국 1위를 차지했고, 대전광역시 50.8dB, 충청북도 48.9dB를 기록해 전국 평균 46.0dB를 크게 웃돌았다.
이는 환경부 야간 소음 권장 기준 50dB에 근접하거나 초과하는 수치다. 특히 인구밀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조용할 것으로 여겨지던 충청권이 부산(37.6dB)은 물론 대구(50.3dB)와 비슷한 수준의 소음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충청권 소음 문제의 핵심은 교통 소음이다. 지난해 도로교통량 조사 결과 충청북도는 평균 일교통량 증가율이 2.9%로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자동차 보유 대수 증가와 맞물려 지속적인 차량 운행이 야간에도 이어지고 있다.
대전의 경우 경부고속도로를 비롯해 호남고속도로, 당진·영덕고속도로 등 주요 고속도로가 만나는 교통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주요 도로들이 주거 밀집 지역과 바로 인접해 있어 소음 차단이 어렵다는 점이다.
항공기로 인한 소음 피해도 심각하다. 청주국제공항 주변 지역의 경우 2019년 기준 소음도가 77웨클을 기록해 기준치 75웨클을 3년째 넘어섰다. 민간 항공기뿐 아니라 군용기 운항으로 인한 민원이 계속 제기되고 있으며, 2022년에는 군 소음 피해 보상금으로 3억 7천만 원이 지급되기도 했다.
충청남도는 제조업체가 집중된 지역 특성상 공장 소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천안과 아산의 경우 소음·진동을 발생시키는 사업장이 각각 73개소(25.3%), 65개소(22.5%)에 이른다.
대전 대덕 산업단지는 1970년대부터 가동된 오래된 공단으로, 주거지역과의 완충 공간 부족으로 인해 소음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세종시 건설과 함께 주변 지역의 급속한 개발도 소음 증가 요인으로 작용했다. 대규모 건설공사와 이에 따른 교통량 증가가 동반되면서 지역 전체의 소음 수준이 높아졌다.
청주시의 경우 2018년부터 3년 연속 '전국에서 가장 시끄러운 도시'로 분류됐으며, 주간 73dB, 야간 68dB의 높은 소음도를 나타냈다. 이는 소음 측정 지점이 구도심에 집중되어 있고, 도로변 환경기준 준수율이 낮은 것과 관련이 있다.
충청권은 평야 지대가 많아 소음이 멀리까지 퍼지기 쉬운 지형적 조건을 가지고 있다. 또한 환경소음 측정기가 주로 교통량이 많은 곳에 설치되어 있어 측정값이 높게 나오는 경향도 있다.
전문가들은 충청권의 소음 문제를 일회성이 아닌 지역 고유의 구조적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통 동선 개선, 산업단지 주변 완충 구역 확대, 건축물 소음 차단 설계 의무화 등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용한 지역으로 예상되던 충청권의 예상 밖 소음 실태는 이제 지방정부의 도시계획과 환경정책에서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