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양적 성과 넘어 질적 균형으로
올 상반기 충청권 고용 통계는 전국 평균을 상회하는 지표를 다수 기록하며 겉으로는 양호한 성적표를 내놓았다. 대전 유성구와 대덕구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전국 상위권에 올랐고, 충북 청주와 충남 아산 등 제조업 중심 도시들은 여전히 고용의 핵심 거점으로 기능하고 있다. 그러나 세부 지표를 들여다보면 지역 발전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할 만한 불균형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우선, 성별과 연령별 고용 격차가 뚜렷하다. 대전권 일부 지역은 비경제활동인구 중 여성 비중이 60%를 넘어 전국 평균보다 높았고, 청년 여성 고용률은 같은 연령대 남성보다 20%포인트 이상 낮은 지역도 있었다. 이는 충청권 고용시장이 단순히 일자리 수로는 안정돼 보일지라도, 여성과 청년에게는 여전히 진입 장벽이 높다는 점을 보여준다.
고용 형태의 문제도 심각하다. 충남과 충북의 여러 시군에서 비임금근로자 비중이 전체의 40%에 달했다. 전국 평균보다 높은 수치로, 이는 자영업과 가족종사자 중심의 생계형 고용 구조가 지역 경제를 지탱하고 있음을 뜻한다. 경기 변동에 취약하고 사회안전망 보호도 미흡한 이 같은 고용 형태는 장기적으로 지역경제 안정성을 위협할 수밖에 없다.
통근 문제 역시 지역 발전과 직결된다. 대전 중구의 타지역 통근 비율은 54%로 전국 평균 33%를 크게 상회했다. 세종, 천안·아산 등지와의 광역 통근은 도시 간 생활권을 엮는 긍정적 흐름일 수 있지만, 주거와 일자리의 불일치가 심화될 경우 지역 내 삶의 질 저하와 사회적 비용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충청권 고용지형이 보여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단순한 고용 지표의 높고 낮음으로는 지역 발전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국 대비 성과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으나, 그 속에 감춰진 성별·연령별 격차, 고용의 질적 불안정, 통근 구조 문제는 지역 균형 발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이제 지역 고용정책은 양적 확대를 넘어 질적 균형으로 전환해야 한다. 여성과 청년의 고용 기회를 넓히고, 비임금근로자의 사회적 보호 장치를 강화하며, 광역 통근권을 고려한 교통·주거·산업 정책을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한다. 충청권의 고용지표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지역 발전 전략의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