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채소 대풍년인데… 소비자는 "몰랐어요"

2025-08-22     이승현 기자
아이클릭아트 

8월 넷째 주 농산물 가격을 보면 깻잎(100g)이 2736원으로 전주보다 13.5% 내렸고, 열무(1kg)는 3959원으로 7.0% 하락했다. 멜론(1개)도 6.6% 떨어진 1만73원을 기록했다. 여름철 채소 출하량이 늘고 날씨가 안정되면서 일부 품목에서 급격한 가격 조정이 일어난 것이다.

문제는 이런 도매 가격 하락을 소비자들이 체감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깻잎이나 열무 값이 지난주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는 느낌을 받기 어렵다고 반응한다. 도매와 소매 사이 유통 과정에서 가격 하락 효과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농산물이 소비자 손에 닿기까지는 여러 단계를 거친다. 운송료와 포장재 비용, 유통 마진이 최종 가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구조가 오래전부터 문제로 지적돼왔다. 농식품부와 유관 기관에 따르면 생산지에서 도매시장 이송, 경매, 중도매 거래, 소매점 판매, 소비자 구매로 이어지는 각 단계마다 비용이 누적되면서 생산자 수취가와 소비자 지불가 간 차이가 벌어진다.

실제 시장에서는 같은 날 같은 상품이라도 경매 시간이나 거래 조건에 따라 가격이 수시로 바뀐다. 이 때문에 유통업체들은 평균보다 높은 가격을 기준으로 물량을 확보하고, 안정성을 위해 작은 폭의 변동만 반영하려 한다.

최근 물가 불안 상황도 이런 경향을 부채질하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도매가가 급락해도 매장 가격을 바로 조정하면 소비자들이 품질을 의심하거나 재고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소비자 신뢰를 지키려면 보수적인 가격 정책이 불가피하다"고 털어놨다.

유통 과정의 효율성이 개선되지 않으면 산지 가격 하락이 소비자 혜택으로 연결되기 힘들다는 점에서 문제의 뿌리는 깊다. 정부가 직거래 확대나 산지 물류센터 강화 등으로 유통 단계를 줄이려 노력하고 있지만, 도매시장 위주 유통 체계를 바꾸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도매 가격이 계속 떨어져도 소비자는 물가 안정을 실감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농산물 유통 시스템 자체를 근본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매 제도 개선과 유통 마진 관리, 중간 단계 축소 등 구체적 과제들이 함께 해결되지 않으면 도매·소매 간 가격 격차는 좁혀지기 어렵다는 것이 현장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