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상기도감염 항생제 처방 최대 7.6배 차이

2025-08-18     이현정 기자
아이클릭아트 

최근 3년간 급성상기도감염 환자들에게 항생제를 처방하는 비율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약제급여 적정성 평가 결과에 따르면, 항생제 처방률이 2022년 30.75%에서 시작해 2023년 38.74%, 2024년에는 42.38%까지 상승하여 3년 동안 11.63%포인트나 증가했다. 정부에서 항생제 사용을 줄이려는 정책을 펼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처방 현실은 정반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셈이다.

의료기관 종류에 따른 차이점도 상당히 두드러졌다. 2024년 데이터를 보면 병원급에서 53.72%로 가장 높은 항생제 처방률을 보였고, 의원 45.04%, 종합병원 34.85% 순이었다. 반면 상급종합병원은 7.01%에 그쳐 가장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병원의 항생제 처방률은 상급종합병원보다 7.6배나 높고, 의원 역시 6.4배 수준에 이른다. 이런 격차가 생기는 배경에는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여러 진료과가 협력하는 시스템과 표준화된 진료지침이 잘 갖춰져 있는 반면, 규모가 작은 병의원들은 진료의 표준화 수준이 아직 부족하다는 점이 꼽힌다.

각 의료기관의 진료 패턴에 따라 급여 항목 사용 정도가 달라진다는 것은 건강보험 재정 관리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항생제 자체의 가격은 높지 않지만 처방 빈도가 잦고 내성균 발생 위험이 크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감염성 질환 치료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중소 규모 병의원에서의 과도한 처방 관행이 계속된다면 평가 지표 개선 효과 없이 재정 운용의 효율성만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반복될 우려가 크다.

진료과목별로 살펴봐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난다. 2024년 항생제 처방률을 보면 이비인후과가 51.89%로 가장 높았고, 소아청소년과 46.06%, 일반의 42.93%가 뒤를 이었다. 내과는 31.18%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다. 특정 진료과에 항생제 처방이 몰리는 현상은 환자의 연령층, 계절적 요인, 진료 주기 등과 맞물려 지역별로도 다른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급여 적정성 평가 제도는 2001년부터 운영되어 왔지만, 뚜렷한 행태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실제로 항생제 처방률은 2022년 이후부터 매년 7~8%포인트씩 꾸준히 오르고 있으며, 병원급 이상 기관들의 지표 개선 속도는 더딘 상황이다. 이는 의료기관들의 자발적인 개선 노력만으로는 제도가 추구하는 목표 달성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항생제 사용에 대한 임상적 기준을 더욱 엄격하게 적용하는 동시에 평가 결과를 수가 체계나 인센티브·페널티 제도와 연결하는 실질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역이나 기관 유형별로 나타나는 반복적인 편차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면 국민건강보험의 비용 대비 효과성과 의료 질 관리라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평가 지표의 실제 효과에 대한 재검토가 시급하다. /이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