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능원 외국인 관람객 57.9% 급증... 서울 4대 궁 '쏠림'

2025-08-14     이승현 기자
아이클릭아트 

지난해 궁능원을 찾은 관람객은 전년 대비 9.8% 늘어났고, 특히 해외 관광객은 57.9%나 급증했다. 코로나19 이후 2021년부터 시작된 회복 추세가 벌써 4년째 이어지면서,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의 완전한 복귀가 가시화되고 있다.

이러한 관람객 증가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단연 외국인 관광객의 회복세다. 해외 방문객 수는 2022년 712.3%, 2023년 271.9%라는 폭발적 증가율을 기록한 뒤 작년에도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렸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호조세가 서울 중심부 4대 궁궐에만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왕릉이나 기타 문화유적들은 상대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4대 궁궐의 경우 영어, 중국어, 일본어는 물론 스페인어, 인도네시아어, 베트남어까지 다채로운 언어로 해설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경복궁에서는 2022년부터 스페인어 가이드를 시작했고, 현장 곳곳의 표지판도 여러 언어로 제작되어 해외 관광객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동구릉 같은 조선왕릉이나 세종대왕 관련 유적지에서는 외국어 안내가 턱없이 부족하고, 대부분의 표지판이 한국어로만 되어 있어 아쉬움이 크다.

체험 프로그램에서도 도심 궁궐과 왕릉 사이의 차이는 확연하다. 창덕궁은 'ARirang' 앱으로 생생한 AR 체험을 선보이고 있고, 국립고궁박물관에는 AR과 VR을 전문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까지 마련되어 있다. 반면 왕릉이나 세종대왕 유적에서는 천문기기 체험이나 걷기 프로그램 같은 아날로그 방식의 활동이 대부분이고, 최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는 찾아보기 어렵다.

각종 문화행사 개최에서도 편중 현상이 두드러진다. '궁중문화축전' 같은 대형 이벤트는 거의 예외 없이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등 서울 도심의 궁궐에서만 열린다. 일부 조선왕릉에서 소규모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세종대왕 영릉에서도 별 관측 같은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는 있지만, 행사의 다양성이나 규모 측면에서는 궁궐을 따라잡기 힘든 상황이다.

교통 접근성도 격차를 벌리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서울의 4대 궁궐은 지하철로 쉽게 갈 수 있고, 여러 언어로 된 안내판 설치율도 높은 편이다. 그에 비해 경기도 북부나 동부 지역의 왕릉들은 최근 들어 대중교통이 어느 정도 개선되기는 했지만, 외국인 입장에서는 여전히 환승이 복잡하고 안내가 부족하다는 어려움이 있다. 실제로 일부 지역 문화재에서는 한국어 표지판이 압도적으로 많아 해외 방문객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궁능원 전체를 고르게 활성화하려면 외국인을 위한 안내 시설 확충, 체험거리의 적절한 분산 배치, 각 지역 특성에 맞는 해설과 체험 콘텐츠 개발이 시급하다. 궁능원이 모두 수도권에 자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화유산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실질적인 접근성과 수용 능력은 제각각인 것이 현실이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 추세를 전국적인 문화관광 확산으로 이어가려면, 궁궐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분산형 관람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