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커피숍 줄고 한식집 늘어난 배경은
최근 발표된 전국 사업체 현황 분석이 흥미로운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한식음식점의 신규 창업 비중이 13.57%로 전년 대비 0.36%포인트 상승한 반면, 커피음료점은 3.93%로 0.33%포인트 하락했다. 단순한 업종별 부침처럼 보이지만, 이 속에는 우리 사회의 소비 패턴 변화가 담겨 있다.
한식집 증가는 1인 가구 확산과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다. 배달 문화의 정착으로 치킨, 족발, 찜닭 등 한식 메뉴들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것도 한몫했다. 반면 커피전문점 감소는 시장 포화와 대형 프랜차이즈의 공격적 확장, 편의점 커피 품질 향상에 따른 결과다. 재택근무 확산으로 오피스 상권 커피 수요가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주목할 점은 피부관리업(2.53%), 미용실(1.73%), 교습학원(1.62%) 등 개인 서비스업종이 상승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자기계발과 자기관리에 대한 관심 증가를 반영한다.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외모 관리 욕구의 분출과 평생학습 인식 확산의 결과다.
통신판매업은 36.16%의 높은 비중에도 불구하고 0.42%포인트 하락했다. 온라인 쇼핑 시장 성숙과 대형 플랫폼의 독과점화가 개별 업체 생존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신호다. 부동산중개업 감소(-0.24%p)도 시장 침체와 규제 강화의 자연스러운 결과다.
한식집 증가와 커피숍 감소로 상징되는 이번 변화는 우리 사회가 '과시보다는 실속', '트렌드보다는 본질'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책당국은 이런 변화를 소상공인 지원 정책 재정립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무차별적 창업 지원보다는 시장 변화 적응 역량 강화와 업종 전환 지원에 더 무게를 둘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