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음 방치, 건강 피해로 이어진다
환경기준을 초과하는 만성적 소음 문제가 전국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도로변과 상업 밀집 구역은 낮과 밤 모두에서 기준치를 웃도는 수치가 상시 기록되고, 특히 수도권과 일부 광역시는 70dB 안팎에 이른다. 이는 가·나지역 주간 기준인 65dB, 야간 기준인 55~63dB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세계보건기구가 경고한 건강 위해 구간에 해당한다. 55dB 이상이면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아지고, 장기간 노출 시 수면장애와 인지 기능 저하 등 생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문제는 정부와 지자체의 대응이 지나치게 더디다는 점이다. 2023년 기준 전체 환경 민원의 46.1%가 소음·진동 관련이었고, 공사장 소음이 그중 75.3%를 차지했다. 그러나 소음 저감 사업 예산 집행률은 대부분 1%에도 미치지 못했고, 일부 사업은 단 한 건의 집행도 없이 폐지됐다. 방음벽 설치나 저소음 포장 같은 기본적인 물리적 대책조차 예산 부족과 설치 책임 공방에 막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사전 예방보다 민원 발생 이후에야 대책을 찾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접근 방식을 바꿔야 한다. 고소음 구역에는 용도지역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방음 시설을 조속히 설치하고, 화물차 야간 운행 제한과 상업·유흥 밀집 지역의 영업시간 관리, 야간 소음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 신축 건물에는 방음 성능 의무 검증을 도입하고, 기존의 융자 중심 지원을 보조금·직접 지원 방식으로 전환해 실행력을 높여야 한다. 독일의 임대계약 소음 규칙, 호주의 즉시 제재 시스템, 태양광·녹지 결합형 방음벽 같은 해외 성공 사례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만하다.
소음은 단순한 생활 불편을 넘어 건강과 직결된 환경 문제다. 정책의 속도와 실효성을 높이지 못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의 몫이 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더 이상 책임을 미루지 말고, 예산 집행과 제도 개선을 통해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소음 문제를 생활환경 개선의 핵심 과제로 삼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