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에 과일값 들썩…유통비용도 여전히 부담

2025-08-07     이승현 기자

여름 과일류 소매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보이면서 소비자들의 체감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특히 복숭아와 포도는 전년 및 평년 대비 가격이 일제히 오르며 여름철 대표 과일로서의 접근성이 떨어졌고, 수입과일인 망고 역시 일부 기간을 제외하면 가격 하락폭이 둔화된 상태다.

올 7월 기준 복숭아(백도, 상품 10개)의 평균 소매가격은 2만1929원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15.5% 상승했고, 8월에는 2만2449원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포도(캠벨얼리, 1kg 기준)는 7월 1만5316원, 8월 1만2546원을 기록하며 각각 전년 대비 8.9%, 9.4% 상승했다. 망고(수입, 1개 기준)는 6월까지 하락세를 이어가다 7월 4250원, 8월 4656원으로 다시 상승 반전했으며, 이는 전월 대비 각각 10.1%, 9.5% 오른 수치다.

이번 여름 과일값 상승에는 공급 측 요인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농업기상재해 조기경보시스템에 따르면 6월부터 8월 사이 폭염, 집중호우, 가뭄이 교차적으로 발생해 과수 작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복숭아의 경우 탄저병과 복숭아심식나방 피해까지 겹쳐 수확량 감소로 이어졌다. 농촌경제연구원은 복숭아의 작황 부진으로 인해 7월 가격이 평년 대비 6%, 전년 대비 15.5%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포도 역시 안정적인 생산량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기상에 따른 품질 저하와 유통 단가 상승이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

망고는 유일하게 가격이 낮은 수준을 보였으나 수입단가 하락과 공급선 다변화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평가된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망고 수입가격은 전년 대비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정부는 바나나·파인애플·망고 등 10종의 수입과일에 대해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7~8월 들어 수요 확대와 항공 운송비 상승 등의 영향으로 망고 역시 반등세를 보였다.

소비자 체감물가는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에서는 과일을 낱개 단위로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으며, 일부는 과일을 '사치품'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까지 나타나고 있다. 과일 가격 상승이 계절적 일시 현상을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유통단계의 가격 전가 문제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과일류의 평균 유통비용은 소비자가격의 절반에 가까운 48.1%에 달하며, 이 중 직접비 23.2%, 간접비 7.7%, 이윤 17.2%를 차지하고 있다. 산지 가격과 무관하게 소비자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원인이 유통 단계에 있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는 과일 가격 급등에 대응해 단기적으로는 농축산물 할인지원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7~8월 두 달간 350억 원을 투입해 과일·축산물에 최대 40%의 할인 혜택을 제공했고, 전체 예산은 역대 최대인 600억 원 규모로 확대됐다. 이와 함께 농산물 수급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 채소 계약재배 물량을 확대하고, 비축물량의 저장기간을 늘리기 위한 CA 저장기술도 도입됐다.

기상재해 대응력 강화를 위한 행정적 조치도 병행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5년 5월부터 10월까지 24시간 재해대비 상황관리에 돌입했으며, 농업기상재해 조기경보서비스를 기존 110개 시군에서 155개 시군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들이 과일 소비자 가격의 안정으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정책 실효성에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

2025년 여름 과일가격 상승은 복합적 원인에 따른 결과이지만, 소비자에게는 체감 부담이 높아진 해로 남았다. 단기적 공급 불안정성 외에도 이상기후의 일상화와 농가 고령화, 유통구조의 고비용 문제가 반복되면서 중장기적 대응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문가들은 산지 생산기반 강화, 데이터 기반 수급예측체계 구축, 유통구조 개편 등을 지속가능한 과일시장 안정화의 핵심 과제로 지목하고 있다.  /이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