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관계성 범죄 대응 대수술해야
2025-07-31 세종일보
대전에서 발생한 전 연인 살인 사건은 고위험 관계성 범죄 대응 체계가 여전히 허술하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냈다. 피해자는 과거 4차례나 경찰에 신고했지만, 그 사이 가해자는 접근금지 조치 위반 여부를 사실상 감시받지 않았고, 결국 범행을 막지 못했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제도의 구조적 허점이 빚어낸 사회적 실패다.
현행 접근금지 조치는 피해자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하는 수준에 그쳐 가해자의 행동을 직접 제약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번 사건처럼 반복적인 위협과 폭력이 확인된 경우라면 즉시 구속, 전자발찌 부착, 상시감시 등 물리적 격리 조치를 병행해야 한다. 그러나 법적 근거 부족과 인력·예산 제약으로 현장에서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 경찰의 현실이다.
이제는 지역사회와 경찰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조기경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지역 경찰·기동순찰대의 순찰 강화뿐 아니라 지자체·시민이 참여하는 감시 네트워크를 결합해 재범 위험군의 이동과 접근을 실시간으로 감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정보 보호와 인권 논란을 넘어설 수 있는 법적 장치와 충분한 예산 지원이 전제되어야 한다.
관계성 범죄는 신고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고위험 신호가 포착됐다면 피해자가 다시 신고할 기회조차 잃기 전에 제도와 현장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과 사회 모두가 '사후 수습'이 아닌 '사전 차단' 중심의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