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뜨거운 현장'에 새 기준

2025-07-28     세종일보

고용노동부가 체감온도 35도 이상 시 야외작업을 중단하거나 작업시간을 조정하도록 전국 지방관서장에 긴급 지시를 내렸다. 특히 맨홀 작업처럼 밀폐공간 질식사고 우려가 높은 작업에 대해서는 유해가스 측정, 사전 환기, 송기마스크 착용 등 핵심 수칙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작업 자체를 금지하라는 경고도 함께 나왔다. 열사병과 탈진, 심정지로 이어질 수 있는 극한 환경에서 노동자를 보호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대응은 현장의 실태를 고려할 때 시의적절하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감시체계에 따르면 올해(2025년) 7월 24일 기준 온열질환자는 누적 2087명으로, 지난해 같은 날의 772명보다 2.7배 넘게 급증했다. 같은 날 하루 동안만 116명이 발생했고, 감시체계 집계기간 내 추정 사망자도 10명에 달한다. 폭염이 단지 불편한 날씨가 아닌 생명을 위협하는 조건임을 수치로 보여준다. 이처럼 기온 상승과 함께 산업재해의 양상이 바뀌고 있음에도, 일부 현장에서는 여전히 ‘작업 중지’ 권고를 단순한 참고사항 정도로 여기고 있다는 점에서 노동부의 긴급지시는 늦었지만 불가피한 조치였다.

문제는 이러한 지침이 현장에서 얼마나 이행될 수 있느냐다. 특히 건설업이나 환경미화, 택배·물류처럼 야외 근로가 많은 업종에서는 단가와 납기 압박이 작업강행의 현실적 동인이 되고 있다. 법적 제재 없이 권고에 그치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폭염 대응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지침만 내놓고 실질적 이행을 지방자치단체나 민간 사업장에 일임하는 방식으로는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어렵다. 현장 점검 강화와 함께 기온 기준에 따른 일시적 작업 중지 시 유급 휴식 보장 등 법·제도적 장치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

폭염은 더 이상 예외적 현상이 아니다. 매년 반복되는 기후위기 상황 속에서 정부는 폭염을 ‘기상현상’이 아니라 ‘산업안전 위기’로 인식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은 33도 이상 시 일정 휴식을 규정하고 있지만, 현실은 이를 넘어선 극단적 기후가 상시화되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기온에 따라 작업 중지를 명시한 단계별 대응 매뉴얼과 처벌 규정 도입을 포함한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은 타협 대상이 아니다. 위기 앞에서만 강화되는 지침이 아니라, 일상적인 재난 대응체계 속에서 구조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산업환경 구축이 필요하다. 폭염은 예보가 아닌 대응의 영역이다. 정부와 기업이 더 이상 이를 미룰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