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I가 GDP 추월했지만…내수는 여전히 둔하다

2025-07-25     이승현 기자
아이클릭아트 

 2분기 한국 경제는 실질 GDP가 전기 대비 0.6% 성장한 가운데, 실질 GDI(국내총소득)가 1.3% 증가하며 GDP를 0.7%포인트 상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질 GDI가 실질 GDP를 앞선 것은 교역조건 개선에 따른 실질무역손익 증가가 반영된 결과로 수출 단가 상승과 수입 단가 안정화가 동반되면서 실질 구매력이 확대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반도체 수출 단가 급등이 교역조건 개선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 2025년 상반기 반도체 수출은 733억 달러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D램 단가는 6월 2.60달러까지 상승하고 낸드 가격도 3.12달러로 회복세를 보였다. DDR5와 HBM 등 고부가가치 메모리 제품의 수출 증가와 AI 서버 확산에 따른 SSD 수요 확대가 반도체 중심의 수출 품목 단가 반등을 이끌었다. 메모리 반도체의 대표 격인 DDR4 8Gb 기준 단가는 1월 1.35달러에서 6월 2.60달러로 약 93% 상승했다.

반면 수입단가 하락은 국제 원자재 가격 조정 흐름에 기인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비 OPEC 국가 중심의 공급 증가 영향으로 국제유가는 배럴당 65~73달러 수준에서 안정세를 나타냈다. 구리 등 비철금속도 하락 압력을 받으면서 씨티그룹과 RBC 등 주요 투자은행이 구리 가격 전망치를 기존보다 1000~1500달러 하향 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실질 구매력 증가가 민간소비 확대로 이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2분기 민간소비는 전기 대비 0.5% 증가에 그쳤으며,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95만 원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1.4%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소비지출 계획에 대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2.9%가 소비를 유지하거나 줄일 계획이라고 답변해 소비심리 회복의 폭이 제한적임을 보여준다.

소비 회복의 양극화도 뚜렷하다. 소득 하위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14만 원으로 1.5% 감소한 반면, 상위 5분위는 1188만 4000원으로 5.6% 증가했다. 소비자 82.8%는 물건 구매 시 가격을 가장 먼저 고려한다고 답했고, 62.6%는 고물가로 인한 생활비 부담을 소비 제약 요인으로 꼽았다.

투자 부문은 지속적으로 위축되고 있다. 건설투자와 설비투자는 각각 1.5% 감소했으며, 총고정자본형성은 5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설비투자는 반도체 제조용 기계류에서 큰 폭으로 줄며 전월 대비 4.7% 감소했고, 고금리 지속과 자금 조달 환경 악화가 기업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PF 부실 문제도 건설투자 위축을 가속화하는 요소다. 사업장 다수가 만기 연장이나 계약 해지로 이어지며 신규 착공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는 1분기 기준 96.1로, 1년 만에 기준선인 100을 하회했다. 2분기 수출 애로 요인으로는 원재료 가격 상승이 19.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대외 여건 불확실성 확대가 기업의 투자 의지를 제약하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정부는 내수 유인책 확대에 나서고 있다. 반도체 투자세액공제율을 상향 조정하고, 시설투자자금은 역대 최대인 55조 원을 공급하며 기업에 대한 정책금융 융자 및 보증도 기존 계획보다 27조 9000억 원 확대하기로 했다. 민간투자사업의 공사비 현실화, BTO 특례 적용 등도 병행 추진 중이다.

다만 이러한 정책들은 감세와 정책금융 위주로 설계돼 직접 재정지출은 축소되는 양상이다. 내년도 SOC 예산은 25조 5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3.6% 감소할 전망이며, 이후에도 연평균 2% 미만의 증가율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이번 분기 GDI가 GDP를 상회한 현상은 무역 여건 개선에 따른 실질 구매력 회복이라는 긍정적 징후로 해석할 수 있으나, 이는 외생 변수에 의존하는 성장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반도체 가격의 변동성, 미중 수요의 지속성, 원자재 가격 추세 등 불확실성이 상존한다. AI 수요 기반의 고부가 반도체 시장 확장은 구조적 전환 가능성을 시사하지만, 내수 부문 회복 없이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

KDI는 2025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1.6%로 전망하면서 내수 부진의 완화가 일부 기대되나 수출 증가세 둔화로 총성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민간소비는 1.6%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건설투자는 -1.2%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GDI의 일시적 반등보다 중요한 것은 내수 기반의 안정적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