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등한 무역, 이제는 질적 도약

2025-07-24     세종일보
아이클릭아트

상반기 무역수지는 뚜렷한 개선 흐름을 보였다. 1월 18억 달러 적자를 기록한 이후, 2월부터 6월까지는 연속 흑자였고, 6월에는 90억 달러를 넘는 대규모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 건수는 1월 대비 6월에 44% 이상 늘었고, 총수출액도 490억 달러 수준에서 600억 달러에 육박했다. 반면 수입은 건수와 금액 모두 큰 변동 없이 유지되며 수출 중심의 회복 국면을 만들었다.

주목할 점은 이 같은 수출 확대가 가격 상승보다는 물량 증가에 의해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수출 단가는 1월 건당 약 5만 3000달러에서 6월 4만 5000달러대로 오히려 낮아졌고, 수입 단가 역시 비슷한 하락 흐름을 보였다. 글로벌 수요 위축과 공급 과잉 등 외부 여건 속에서 한국 기업들이 가격을 낮춰서라도 물량을 확보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작동한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이 자생적 회복의 신호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단가 하락을 감내하며 확보한 수출 확대는 구조적 경쟁력보다 단기 대응능력에 가깝다. 기술우위나 브랜드 프리미엄 같은 질적 성장 없이 가격에 의존한 확장은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 지금의 흑자 흐름이 지속되기 위해선 물량 중심 회복을 넘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이 뒤따라야 한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에너지 가격 안정, 물류비 지원, 수출금융 확대 같은 정책적 뒷받침이 없으면 기업의 대응 여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중소 수출기업의 경우 글로벌 공급망이나 환율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절실하다. R&D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신흥시장 개척 지원 같은 중장기 전략도 병행되어야 한다.

무역수지 회복은 분명 긍정적인 신호다. 그러나 그 회복이 취약한 기반 위에 선 것이라면 구조적 문제는 여전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부는 현재의 반등 흐름을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기 위해, 외형 너머의 질적 전환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실적에 대한 낙관이 아니라 그 실적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 전략적 뒷받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