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각 중심 정책 다시 봐야

2025-07-18     세종일보
아이클릭아트

폐기물 관리 체계가 전면 재설계돼야 한다. 전국 대부분의 땅과 인구가 관리구역으로 지정돼 있지만, 그 관리방식은 경직돼 있고 시설은 수도권에 집중됐다. 현행 폐기물 관리구역 제도는 행정구역 중심으로 일률적으로 적용된다. 결과적으로 국토 면적의 99% 이상, 인구 기준으로는 사실상 전 국민이 폐기물 관리 대상에 포함돼 있다. 그러나 관리제외지역이 비록 0.5%에 불과하다고 해서 정책의 사각지대로 방치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소규모 지역이라도 환경형평성 차원에서 보호받을 권리는 분명히 존재한다.

시설 분포 역시 심각한 문제다. 전국 179개 소각시설 중 다수가 수도권과 대도시에 집중돼 있다. 서울과 부산만 해도 각각 5곳, 4곳의 소각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집중화는 지방의 처리역량을 떨어뜨리고, 지역 간 불균형을 고착화한다. 소각시설이 부족한 지방 중소도시들은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외부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국토 균형발전이 강조되는 시대에 폐기물 인프라가 수도권 편중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은 정책 실패에 가깝다.

소각을 통한 에너지 회수정책도 한계가 분명하다. 소각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는 대부분 외부로 공급되거나 자체 사용되지만, 지역 내부에서 순환하는 에너지로 자리잡지는 못하고 있다. 에너지 자립과 폐기물 관리정책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탄소배출 부담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폐기물 소각이 에너지를 회수한다는 이유만으로 친환경으로 평가받을 수는 없다. 오히려 탄소중립이라는 국가적 목표를 감안할 때 소각시설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적극 관리하는 것이 마땅하다.

폐기물 관리와 처리, 에너지 회수까지 아우르는 관리체계는 지금처럼 경직된 방식으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행정구역이 아닌 생활권과 인구밀도를 고려한 동태적 관리체계가 필요하다. 소각시설도 지역균형발전 관점에서 재배치해야 한다. 에너지 회수는 단순 외부공급이 아니라 지역순환체계로 전환돼야 한다. 소각에 의존하는 현재 정책을 탄소배출과 환경부담까지 함께 평가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도 시급하다. 폐기물 관리 인프라와 정책을 근본부터 다시 설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