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물 빠지지 않는 도시?

2025-07-17     세종일보
아이클릭아트 

최근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갑작스런 폭우는 시민들의 일상을 순식간에 멈춰 세웠다. 골목마다 물이 넘쳐 차량이 멈추고, 인도와 도로는 건널 수 없는 강이 되었다. 배수구 역류나 빗물받이 막힘으로 인한 침수 피해는 이제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공개한 민원 빅데이터는 이런 현실을 숫자로 보여준다. 불과 1년 반 사이 배수시설 관련 민원은 2만 건을 넘었다. 그중 상당수가 수도권과 대도시에서 발생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배수로가 시민 안전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침수 피해는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도시의 방재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빗물이 빠지지 않아 도로와 인도까지 물에 잠긴다면 그 도시 인프라는 이미 기후변화 앞에서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는 셈이다. 기후 패턴이 변하고 강수량이 집중되는 시대, 배수로는 도시 방어선이자 재난 대응의 시작점이 되어야 한다.

권익위 통계에서 나타난 상습 침수 지역의 민원과 빗물받이 정비 요청은 그 자체가 시민들의 경고다. 신축 건물로 인해 기존 배수로 용량이 부족해졌다는 지적, 공사장 흙더미나 쓰레기로 배수로가 막혔다는 신고들은 모두 인프라 관리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다. 개발 중심 도시정책이 침수 위험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정부와 지자체는 직시해야 한다.

배수로는 땅속에 묻혀 있지만 도시의 안전을 떠받치는 가장 기초적인 인프라다. 일상 속에서 그 중요성을 체감하기는 어렵지만, 빗물이 넘칠 때마다 시민들은 그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다. 지자체들은 이번 민원 데이터를 단순 행정처리가 아니라 선제적 관리 체계 구축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상습 침수지역에 대한 사전 점검과 배수로 관리 인력 확충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기후변화 대응은 멀리 있지 않다. 보이지 않는 배수로 하나까지 살피는 것, 그것이 기후재난 시대 도시가 해야 할 기본책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