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직도 소득 없어…예술인 절반 다른일 한다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국내 예술인 가구의 평균 총소득은 4590천 원으로 나타났으며 총지출은 3681천 원으로 집계됐다. 평균 수치만 보면 소득이 지출을 앞서는 듯 보이지만 세부 계층에서는 이와 다른 실질 불균형 사례가 확인된다. 총소득 1천만 원 미만 가구 비중이 0.8%인데 비해 총지출 1천만 원 미만 가구 비중은 0.9%로 오히려 더 높았고 하위 구간에서 총지출이 총소득보다 더 큰 사례 비중이 다수 나타났다. 특히 소득이 1천만 원 미만인 가구가 0.8%인데 지출이 같은 구간인 가구는 0.9%로 높았고, 1천만 원에서 2천만 원 미만 구간도 소득이 12.5%인데 지출은 16.2%로 더 컸다. 하위소득 계층일수록 소득보다 지출이 앞서는 생계 불균형이 집중되고 있는 모습이다.
예술활동 외 수입 의존 실태도 뚜렷하다. 개인 수입에서 비예술활동으로 벌어들인 금액의 중앙값은 1500천 원, 평균은 2013천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체 가구 총소득 평균(4590천 원)의 절반에 해당한다. 예술활동 소득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 지표다. 실제로 예술인 233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7.8%가 '현재 예술활동에서의 낮은 소득'을, 33.9%는 '불규칙한 소득'을 이유로 외 직업을 병행하고 있었다. 예술인이 비예술활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현실이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경력이 쌓여도 경제적 안정으로 연결되지 않는 역설적인 구조도 드러난다. 전체 예술인 중 경력 10년 미만 비율은 44.6%, 20년 미만까지 포함하면 70.7%에 이르지만, 30년 이상 경력자는 13.6%에 불과했다. 그러나 예술활동 경력과 소득 간의 직접적 연계는 찾기 어려웠다. 장기 경력을 가진 예술인 역시 소득 증가로 연결되지 않는 단절 현상이 존재하는 것이다.
예술인들이 겪는 스트레스 요인에서도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전체 응답자의 45.5%가 '타 분야 직업에 비해 낮은 보수 수준'을 스트레스 1순위로 꼽았으며, 이어 '예술활동을 위한 시간 부족'(19%), '고용에 대한 불안감'(8.5%) 순이었다. 정신적 부담 요인의 대부분이 경제적 불안정과 직결돼 있었다.
외 직업 병행의 원인도 생계유지 외에 다층적 목적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응답자 중 상당수는 교육활동(35.5%), 서비스·판매(12.7%), 사무직(12%) 등으로 외 직업을 수행하고 있었으며 단순한 생계보조 외에도 경력전환이나 네트워크 강화 등 비경제적 목적을 위한 사례도 일부 존재했다. /이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