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명조끼는 선택이 아니다
충남 금산에서 발생한 물놀이 사망 사고는 안전 불감증이 반복되는 현실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지난 9일 제원면 금강 상류에서 20대 4명이 물놀이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사고 지점은 금산군이 물놀이 위험구역으로 지정한 지역이었으며, 이들은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조명차와 헬기 등 100여 대의 장비, 100명이 넘는 수색 인력이 동원됐지만 구조는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해양경찰청은 구명조끼 착용 여부가 수난 사고 생존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한다. 착용 시 생존 가능성이 미착용 대비 최대 5배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다수의 피서객이 구명조끼 착용을 기피하고 있으며, 사고 발생 시 그 결과는 치명적이다. 특히 하천, 계곡 등 생활권과 가까운 장소에서는 얕은 수심이라는 오판과 짧은 시간이라는 방심이 겹치며 위험을 키운다.
이번 사고는 단순한 개인의 부주의를 넘어 구조적인 경고 신호로 읽어야 한다. 물놀이 위험구역으로 지정된 장소에서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이를 사전에 차단하지 못한 점, 사고 후에야 대규모 장비와 인력이 투입되는 대응 체계, 그리고 반복되는 계도에도 불구하고 낮은 구명조끼 착용률은 모두 현장 안전관리의 한계를 드러낸다. 행정당국의 안내는 고지 의무에 그치고 있으며, 사용자의 경각심은 캠페인에만 의존하는 실정이다.
문제는 단속보다 인식이다. 구명조끼는 구호 장비가 아니라 물에 들어가기 위한 기본 장비로 간주돼야 한다. 캠핑용 랜턴처럼 미리 챙기고, 입수 전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 필수품이라는 개념이 자리잡지 않으면 사고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문화적 전환 없이는 실효성 있는 대응은 어렵다.
여름철 수난 사고는 대부분 예방 가능하다. 위험지점에 대한 실질적 통제력 강화, 착용 장비에 대한 접근성 확대, 피서객 대상 교육 강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사고 후 구조에 의존하는 체계로는 반복되는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없다. 구명조끼는 선택이 아니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