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쌀값 올라도 농가는 빈손

2025-07-08     세종일보
아이클릭아트 

 올해 상반기 쌀값이 전년 대비 5.2% 상승했다. 정부는 시장격리 27만 톤과 공공비축 포함 총 56만 톤에 이르는 공급 조절을 통해 가격 하락을 막았고, 소매가 반등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격리 효과만 놓고 본다면 정책적 개입이 성과를 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 기반을 뜯어보면 우려할 대목이 더 많다. 생산을 줄여 가격을 올리는 방식이 반복 가능하거나 지속 가능한 전략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2024년 기준 전국 벼 재배면적은 69만 7000㏊로 전년 대비 1.5% 줄었다. 전북, 경북, 충남 등 주요 산지 대부분에서 감소세가 확인됐고, 정부는 전략작물직불제나 농지은행 등을 통해 3만 2000㏊의 감축을 유도했다. 올해 이후에는 8만 ㏊ 이상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수급 불균형을 조정하고 쌀값을 방어한다는 취지지만, 생산기반을 제도적으로 축소하는 구조는 중장기적 안정성과는 거리가 멀다.

수요 측의 문제도 단순하지 않다. 2023년 정부는 수요 추계 방식을 바꿨지만, 가공용 수요를 과도하게 계상하면서 초과생산량을 낮춰 잡았고, 그 결과 시장격리 시점도 놓쳤다는 비판이 있었다. 밥쌀용과 가공용, 비축용을 구분하는 기준은 여전히 현실 소비 트렌드를 반영하기에 미흡하다. 소비자들은 고품질 쌀을 선호하고 있지만, 전체 수요는 줄고 있고 외식업계는 원가 부담을 이유로 쌀 사용량을 줄이는 흐름도 감지된다. 생산은 줄고 수요는 불확실하며 유통 구조는 조기 매입과 투기성 거래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어느 한 요소라도 비정상적으로 작동하면 가격 안정성은 쉽게 흔들릴 수 있다.

올해 도매·소매 가격은 상승했지만 농가 수취가격은 오히려 하락했다. 20kg 기준 산지 수취가는 2023년 5만 699원에서 지난해 4만 6175원으로 8.9% 떨어졌다. 생산비는 오르고 수익은 줄어든 셈이다. 가격만 보면 상승이지만, 실질 소득 측면에선 농민에게 불리한 흐름이다. 이는 구조적으로 생산기반이 약화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쌀 수급 조절이 필요하다는 데 이견은 없다. 그러나 격리와 감축만으로 대응하는 방식은 유통 구조와 소비 환경이 따라오지 않으면 쉽게 파열음을 낼 수밖에 없다. 정부는 단기 가격을 방어하는 정책에서 벗어나, 수요 예측 정밀화와 품종·품질 다변화, 유통투명성 강화 등 중장기적 수급 체계 전환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생산을 줄여 가격을 올리는 방식이 또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지금이 근본적인 방향 전환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