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록의 개방이 주는 힘
2025-07-02 세종일보
대전시가 1970~1990년대 지역 풍경을 담은 사진기록물 약 500점을 고화질 영상으로 복원해 공개했다. 시정 기록물 아카이브 '대전찰칵'을 바탕으로, 복원 전문 유튜버와 협업해 디지털 기술을 입힌 이번 작업은 단순한 영상 콘텐츠를 넘어 공공기록물 활용 방식의 전환점을 보여준다.
행정기관이 축적해 온 사진기록물은 단순한 홍보수단이나 보관용 자료를 넘어 도시의 시간과 기억을 담고 있는 공공자산이다. 그러나 그동안 많은 기록이 폐쇄적인 관리체계 안에 머물렀고, 시민은 그 가치를 체감할 기회를 갖기 어려웠다. 이번 복원 프로젝트는 그러한 단절을 깨는 시도이며, 공공기록물의 존재 이유를 되묻게 만든다.
과거의 행정사진이 지금 시민의 삶과 어떤 접점을 가질 수 있는지는,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전달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복원 기술과 디지털 플랫폼은 과거의 기록에 새로운 맥락을 부여하고, 보존을 넘어 확산과 재활용의 관점으로 시야를 확장하게 한다. 이번처럼 민간과 협업을 통해 시민 친화적 방식으로 접근한 사례는 지방정부 차원의 아카이빙 정책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잘 보여준다.
사진 한 장에도 도시의 구조와 사람들의 삶, 변해온 가치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공공기록의 활용이 시민과의 소통으로 이어질 때, 행정기록은 비로소 살아 있는 자료가 된다. 대전시의 이번 시도는 그 출발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기록의 개방과 재해석, 그리고 문화적 활용이 지방정부 문화정책의 중심축으로 자리잡아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