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점포의 불등(不燈)- ①
텅 빈 상가, 현실이 되다
충청권 상가 공실률은 규모와 유형을 가리지 않고 전국 평균을 넘어서고 잇다. 왜 충청권의 점포가 텅 비어가는가. 이 질문은 곧 지역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묻는 것이기도 하다. 중대형과 소규모 상가 모두에서 드러나는 위기는 단순 자영업의 침체를 넘어선 신호일 수 있다. 이번 기획을 통해 세종일보는 전국 통계와 지역별 데이터를 기반으로 충청권 상가 공실률의 현황과 배경을 분석한다. /편집자
충청권 상가 곳곳의 공실률이 전국 평균을 훌쩍 웃돌고 있어 지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종과 충북은 중대형 상가와 소규모 상가를 막론하고 두 자릿수 이상의 공실률을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분기 전국 중대형 상가 평균 공실률은 13.5%였으나 세종은 25.2%, 충북은 20.4%, 대전은 17.6%, 충남은 15.1%를 기록했다. 세종은 중대형 상가 4곳 중 1곳 이상이 비어있고 충북과 대전도 각각 5곳 중 1곳 수준의 공실률을 보이는 셈이다. 충남 역시 전국 평균보다 1.6%p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소규모 상가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같은 분기 기준 전국 소규모 상가 평균 공실률은 6.7%였으나 세종은 14.4%, 충북11.2%, 대전 10.15, 충남 8.8%로 전국 평균을 모두 상회했다. 특히 세종은 지난해 내내 12%대를 유지하다 올해 들어 상승했다.
이 같은 수치는 일시적 경기 침체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착화된 양상을 보인다. 2022년 이후 3년간의 추이를 살펴보면, 충청권 상가의 공실률은 전국 평균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점차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중대형 상가 기준으로 충청권 평균 공실률은 2022년 1분기 16.4%에서 2023년 4분기 18.3%로 증가했고, 이는 같은 기간 전국 평균의 변동폭보다 크다.
충북의 경유 충주 자유시장(35.77%), 제천 중앙동(33.49%) 등 일부 중심 상권에서 공실률이 30%를 넘기 시작하며 사실상 상권 마비 수준이라고 평가되기도 한다. 대전은 원도심의 일부 구역에서 공실이 집중되며, 도심과 외곽 간 상권 격차가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세종은 도시 전체의 상업 밀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인구 이동과 유동 인구의 부재로 인해 상가 공실이 확산되고 있다.
공실률 상승은 임대 수익률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4분기 기준 충북 중대형 상가의 투자 수익률은 0.70%로 전 분기 대비 0.13%p 하락했다. 임대료 인하에도 불구하고 공실이 유지되면서 상가의 자산 가치 또한 떨어지고 있다. /이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