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만 웃었다…건설·내수 흔들리며 경기 회복 지연
한국개발연구원(이하 KDI)의 6월 경제동향에 따르면 소비 심리 지표에서는 회복 조짐이 관측되고 있지만, 실물 경제 전반의 회복은 여전히 더딘 흐름을 보이고 있다.
KDI는 이달 경제동향 보고서를 통해 “대외 불확실성 완화에 따라 심리지표는 개선되고 있으나, 건설과 제조업 중심의 실물 부진이 지속되며 경기 반등이 지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5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1.8로 전월 대비 8.0포인트 상승하며 기준선(100)을 상회했다.
기업경기실사지수 역시 제조업 71, 비제조업 73으로 각각 전월(67, 70) 대비 상승했다.
그러나 전체 산업 생산 증가율은 4월 기준 0.4%로 전월(0.9%)보다 낮아졌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제조업이 4.9% 증가한 반면 건설업은 –20.5%로 급감했다. 건축과 토목은 각각 –23.0%, -12.6%의 두 자릿수 감소세를 기록하며 부진이 심화됐다.
수출은 반도체 중심의 일부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으나 품목별 편차가 크다. 5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3% 감소했고 반도체는 17.0% 증가한 반면 자동차는 –32.0% 급감했다. 미국, 중국, 중남미로의 수출이 각각 -8.1%, -8.4%, -11.6% 감소한 가운데, 철강·알루미늄 관세 인상 등 대외 환경 악화가 수출 여건에 제약이 되고 있다.
소비 회복은 일부 품목에 국한됐다. 승용차 소매판매가 13.5% 증가한 반면, 가전(-8.7%), 가구(-9.1%), 의류(-7.9%)는 모두 감소했다. 전체 소매판매는 -1.9% 감소했으며, 숙박·음식점업 생산은 -2.5%, 교육서비스는 -0.9%로 서비스소비 역시 약세를 이어갔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및 운송장비 중심으로 전월 대비 2.5% 증가했지만, 일반기계(-5.8%)와 전기전자기기(-0.7%) 등 비반도체 부문은 부진했다. 건설투자는 12개월 연속 감소세로, 4월 기성액은 전년 동월 대비 –21.2%를 기록했다.
5월 취업자 수는 약 15만 명 증가해 전월보다 둔화됐으며, 민간 부문 고용은 여전히 미약한 수준에 그쳤다. 제조업과 건설업 고용은 감소세를 지속했고, 보건·복지는 증가세가 둔화된 반면 전문·과학기술업은 증가세를 유지했다. 청년층 고용률은 45.4%로 정체됐으며, 6월에도 계절적 요인과 산업 둔화로 고용 개선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KDI는 "심리 지표 개선이 실물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는 국면이 지속되면 경기 반등의 지속 가능성은 낮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반도체를 제외한 설비투자 부진, 건설업 침체, 고용 증가세의 정체는 하반기 경기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윤소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