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단속 4년, 이제는 사전예방으로
공공재정환수법 시행 4년을 맞아 국민권익위원회가 전국 309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부정수급 점검 결과는 제도 정착의 일면과 함께 고질적으로 반복되는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이번 점검에서 총 162042건, 1042억 원의 환수와 288억 원의 제재부가금이 부과된 것은 단순한 행정성과라기보다, 공공재정 누수가 일상화돼 있음을 경고하는 신호다. 생계급여와 주거급여, 청년일자리지원금 등 국가 복지와 고용정책의 핵심 수단이 부정수급의 주요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은 특히 우려를 자아낸다.
2020년 시행된 공공재정환수법은 부정수급에 대해 최대 5배의 제재부가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강력한 법적 장치로, 제도 도입 초기와 달리 환수·제재 집행이 행정 현장에 점차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진전이다. 그러나 이번 결과만 보더라도 복수 연구개발비 청구, 위장이혼을 통한 소득 은닉, 허위 인력 등록 등 수법은 점점 교묘해지고 있으며, 제도의 빈틈을 악용하는 시도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격리치료비와 생활지원비, 교육지원금 등의 환수 규모가 전년 대비 수백 퍼센트 이상 급증한 것은 점검 대상이 늘어서라기보다, 방치된 취약지대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뜻이다.
환수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공공재정의 부정수급을 원천 차단하려면 단속 중심의 대응을 넘어, 사전에 위험을 탐지할 수 있는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빅데이터 기반의 수급 자격 검증, 기관 간 실시간 정보 공유, 이상징후 탐지 알고리즘 같은 디지털 기반 예방 인프라 구축이 더는 늦춰져서는 안 된다. 또한 기초지자체 중심의 환수와 중앙행정기관 중심의 제재라는 분리된 역할 구도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제재와 환수가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제도의 실효성이 확보된다.
부정수급은 단순한 행정 오류가 아니라 정책 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문제다. 정부는 부정수급 점검을 연례 보고서로 그칠 것이 아니라, 축적된 데이터를 토대로 제도의 허점을 재설계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공공재정이 진정 필요한 곳에 투명하게 쓰이기 위해서는 이제 정밀 감시와 사전예방 중심의 새로운 접근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