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적극행정, 보호 없인 실현도 없다
정부가 오는 8월부터 적극행정을 추진한 공무원이 수사나 소송에 휘말릴 경우 소속 기관이 보호와 지원에 나서도록 하는 '적극행정 운영규정' 개정안을 시행한다.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우려해 소극행정을 반복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고려하면, 이번 조치는 공직사회의 체질을 바꾸기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다.
현행 제도는 감사 면책이나 징계 유예 등 내부적 장치에만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민원이나 형사고발, 손해배상 청구 등 외부의 법적 리스크는 여전히 공무원 개인의 부담이었다. 이런 경우 공무원들은 민원인의 입장보다는 혹시 모를 책임 회피가 우선시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필요한 조치는 뒷전이 되고 행정의 무사안일주의가 만연하게 된다.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한 제도적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무죄가 확정된 경우에는 기소 이후 재판 단계까지도 법률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이를 전담할 보호관도 지정해 행정기관의 책임을 명확히 했다. 또한 각 기관이 자체 지침을 마련해 실질적인 법률지원 체계를 갖추도록 유도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국민의 삶을 변화시키는 행정은 결국 최일선 실무자의 판단과 실행력에서 나온다. 그렇기에 공무원이 오판을 두려워해 기계적 대응에만 머물지 않도록 하는 환경이 필요하다. 특히 복잡하고 신속한 대응이 요구되는 행정환경에서는 판단 유예가 곧 피해로 이어진다. 이제는 책임을 전가받을까 두려워 눈치만 보는 공무원상이 아니라, 정책적 목표를 위해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공직문화가 자리잡아야 할 때다.
물론 보호의 제도화가 무분별한 면책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 고의나 중과실에 대해서는 분명한 책임을 묻되 합리적 판단에 따른 실천에 대해서는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선별적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그래야 국민의 신뢰 속에서 공무원도 자신 있게 움직일 수 있다.
공무원의 법적 부담을 줄이는 이번 개정은 정부가 적극행정을 말로만 강조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제도는 시작일 뿐이다. 실무 현장에서 얼마나 실효성 있게 작동할 것인지는 결국 각 기관의 의지에 달려 있다. 이제 공직사회는 '적극'의 이름으로 다시 움직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