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심은 물가에 반응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충청권의 개인서비스 물가는 전국 평균과 같거나 이를 상회했다. 특히 충남과 세종은 각각 3.8%, 3.7%의 상승률을 기록해 전국 평균인 3.2%를 크게 웃돌았다. 외식비를 포함한 생활밀착형 서비스의 가격이 빠르게 오르면서 시민들의 체감 부담도 높아지는 양상이다. 대전만이 2.8%로 전국 평균보다 낮은 상승률을 보였지만, 전반적으로 충청권의 서비스 물가 흐름은 적지 않은 압력을 받고 있다.
눈여겨볼 점은 이러한 상황이 정치적 선택과도 맞물려 나타났다는 점이다. 충북·충남·대전·세종 등 충청권 4개 시·도 모두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1위를 기록했다. 특히 세종은 55.6%의 지지율로 2위 후보를 20%포인트 이상 앞서는 압도적인 결과를 보였다. 대전, 충남, 충북 역시 모두 4%포인트 이상 격차를 벌리며 진보 성향 후보가 승리했다.
충청권은 과거부터 보수와 진보 사이를 오가며 전국 정치의 풍향계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번 결과는 단순한 이념 지형 변화라기보다는, 지역 주민들이 체감하는 경제·생활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한 결과로 해석된다. 물가 상승과 같은 현실적인 부담이 정치적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이제 유권자들이 정당의 이념보다 생활의 안정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있다는 신호다.
정당을 막론하고 중요한 것은 체감 가능한 정책이다. 지방정부는 상수도료와 같은 공공요금 조정이나 지역 상권 활성화 같은 실질적 대응에 나서야 하고, 중앙정부는 지역별 물가 흐름을 세밀하게 반영한 생활 안정 대책을 설계해야 한다. 민심은 말보다 삶에 반응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