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청이 먼저 응답했다…정치권은 무엇을 준비하고 있나

2025-05-29     세종일보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 충청권 유권자들이 전국 평균을 웃도는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오후 2시 기준 충북은 12.16%, 세종은 14.07%, 대전은 11.77%, 충남은 11.35%로 모두 11%를 넘기며 전국 평균 수준 이상을 견인했다. 특히 충북은 지역 간 편차 없이 고른 투표율을 보였고, 보은·괴산·영동 등 일부 군 지역은 16%를 넘기는 적극적인 참여 흐름을 보였다. 수도권과 영남 일부 지역에서 저조한 참여율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충청권 유권자들의 정치적 자각이 뚜렷하게 드러난 셈이다.

이러한 수치는 단순한 지역별 투표율 격차로 볼 수 없다. 충청권은 역대 선거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왔고, 이번 대선 역시 이 지역의 표심이 결과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투표에 임한 유권자들의 태도다. 충청권 유권자들은 정당이 아닌 후보 개인의 자질과 정책, 도덕성을 기준으로 판단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사전투표에 나선 유권자들이 보여준 이 같은 변화된 선택 기준은 정치권 전체에 깊은 함의를 던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통계에 따른 실질적인 참여 외에도, 지역 여론조사 결과는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충북 지역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중도 성향 유권자층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두 배 가까이 앞선다는 결과는 단순한 정당 지지 구도와는 다른 민심의 흐름을 보여준다. 충청권 유권자들은 후보의 경력과 도덕성, 실현 가능한 정책을 중심으로 조기 선택에 나섰고, 이는 여론조사상의 수치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이러한 민심의 진전과는 달리 정치권의 대응은 여전히 느리고 기계적이다. 각 당의 선거 전략은 정당 기반의 지역 동원과 이미지 중심의 메시지에 머무르고 있으며, 중도층의 실질적 고민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유권자가 변화했음에도 정치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이번 선거는 또 한 번 낡은 구도 속에서 기회를 놓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충청이 먼저 응답했다. 사전투표율로 확인된 민심은 더 이상 특정 이념이나 지역 감정에 기대지 않는다. 정치권은 충청권의 이 같은 선택을 단순한 투표 수치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 이제는 유권자의 합리적 판단에 부응할 실질적 정책, 진정성 있는 태도로 응답해야 할 차례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에도 국민보다 뒤처지는 정치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