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전산망 장애, 근본적인 재점검이 필요하다

2023-11-29     세종일보

최근 국가 전산망의 연이은 장애 사태는 디지털 대국의 위상에 큰 타격을 주었다. 지난 17일 지방행정전산망 ‘새올’을 시작으로, 온라인 민원 서비스 ‘정부24시’, 조달청 전산망 ‘나라장터’가 차례로 마비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러한 장애들은 국민의 불편을 넘어 국가 안보에도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는 사안이다.

정부는 최근 행정전산망 마비사태의 원인을 네트워크 장비인 라우터의 포트 불량으로 규정하며, 이를 물리적 손상의 결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여전히 국민들의 의문을 완전히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 라우터 포트의 불량을 찾는데 걸린 시간이 길고, 이러한 단순 장애에 대한 대처가 미흡했다는 점에서,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전산망 관리 시스템에 대한 신뢰성이 크게 훼손됐다.

이번 사태는 국가 전산망 관리의 총체적 난맥상을 드러냈다. 전산망 관리와 운영의 부재, 관리 주체의 분산, 투자 부족과 인재 확보 실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공공 정보시스템의 개발과 운영을 다수의 외부 업체에 의존하고 있는 현 상황은 신속한 원인 분석과 책임 소재 파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또 정부 내 정보기술(IT) 인력의 전문성 부족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감안할 때, 국가 전산망의 체계적인 재점검이 시급하다. 국가 전산망 인프라의 구축부터 완공에 이르는 전 과정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정부는 공적 영역의 디지털 인프라가 선진 기준에 부합하는지에 대해 깊이 있는 검토와 함께 운영 체계의 효율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필요하다면 민간 전문기업과 학계의 도움을 받아 흔들림 없는 전산망을 구축해야 한다.

북한의 해킹과 사이버 테러 위협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국가 전산망의 안정성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정부는 단순 부품 고장에도 이 정도로 큰 장애가 발생하는 현재 상태에서 어떤 국가 비상사태에도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하고 안전한 전산망을 구축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디지털 코리아의 국격이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정부는 전산망의 근본적인 재점검과 함께 필요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