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생산자물가 하락의 착시
2025-05-23 세종일보
4월 생산자물가지수가 6개월 만에 하락 전환됐지만, 소비자들의 체감은 전혀 다르다. 오이, 양파 등 식재료 가격은 큰 폭으로 떨어졌고, 석유제품과 화학제품도 하락세를 보였지만, 음식점·숙박서비스와 운송서비스 가격은 여전히 오름세다. 물가는 내렸는데 생활비는 왜 그대로인지, 소비자들이 느끼는 괴리는 날로 커지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서비스물가의 하방경직성이다. 식재료 가격이 절반으로 줄어도 외식비는 요지부동이다. 음식점의 경우 식재료비 비중은 30%에도 못 미치며, 인건비, 임대료, 배달앱·카드 수수료 등 고정비 부담이 가격을 떠받친다. 유류비가 내려도 운송요금이 내리지 않는 이유도 같다. 운전자 부족에 따른 인건비 상승과 보험료, 차량 관리비 등은 단기 조정이 어렵다. 서비스업 특유의 비용 구조는 생산자물가 하락이 소비자물가로 연결되지 않는 벽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의 물가 안정 대책은 여전히 농산물 수급이나 유류세 조정에 머물러 있다. 실질적인 체감물가 안정을 위해 필요한 것은 서비스업의 비용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정책이다. 상가 임대료 안정화, 수수료 체계 개편, 인건비 부담 완화 등 구조적 개혁 없이는 물가 하향 압력은 소비자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서비스물가는 꾸준히 오르고 있고, 그 부담은 중장년층, 수도권 거주자, 자녀를 둔 가구처럼 외부 소비가 많은 계층에 집중되고 있다. 정부는 통계가 아닌 현장에서의 체감을 기준으로 물가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서비스물가의 하방경직을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