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물가 내렸지만 체감물가는 여전…서비스 상승이 발목

2025-05-23     윤소리 기자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된 이미지.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6개월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0.24로 전월보다 0.1% 떨어졌다. 농산물과 수산물 가격이 크게 내려갔고, 석유제품이나 화학제품 같은 공산품 가격도 하락한 덕이다. 농산물과 수산물은 각각 5.8%, 0.7% 떨어졌고 석탄과 석유제품도 2.6% 내렸다.

문제는 서비스 분야다. 전체 생산자물가는 내렸지만 서비스 가격은 오히려 0.2% 올랐다. 특히 음식점과 숙박 서비스가 0.6%, 운송 서비스가 0.1% 상승했다. 

오이와 양파가 각각 35%, 15% 이상 저렴해졌지만 식당 메뉴판 가격은 그대로다. 식재료비가 줄어도 직원 급여, 가게 임대료, 배달앱과 카드 수수료 등 고정비용이 여전히 부담이기 때문이다. 

운송업계도 마찬가지다. 기름값은 내렸지만 운전자 부족으로 인건비가 계속 오르고 보험료나 차량 관리비, 통행료 같은 비용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유류비가 떨어져도 운임을 낮추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결국 소비자들은 마트에서 식재료가 저렴해진 것을 체감하면서도 외식을 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여전히 비싸다고 느끼게 된다. 특히 밖에서 식사를 해결하거나 서비스 지출이 많은 중장년층, 수도권 거주자, 자녀가 있는 가정일수록 이 괴리가 더 크게 느껴진다. 

생산자물과와 소비자물가 사이의 연결고리가 서비스 분야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농산물 가격처럼 변동이 큰 상품들은 생산단계 가격 변화가 소비자에게 빠르게 전달되지만 서비스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음식점의 경우 원재료비가 전체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도 안 되는 경우가 많아 식재료의 가격 하락이 메뉴 가격에 거의 반영되지 못한다. 

현재 정부의 물가 대책은 주로 농산물 수급 조절이나 기름값 관련 등 세금 조정에 집중돼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 정책의 유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진짜 필요한 정책은 상가 임대료 안정화, 각종 수수료 체계 개선, 인건비 부담 완화와 같은 서비스업 전반의 비용 구조 개선이다. 

중국의 4월 생산자물가가 1년전보다 2.7% 떨어져 디플레이션이 우려된 바 있다. 하지만 우리와 마찬가지로 서비스부분에서 하방경직성을 보이며 한국과 유사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서비스의 완만한 가격상승세가 지속된다면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도 좀처럼 안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윤소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