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이 먼저 알아챈 신종 사기…제도는 여전히 뒷북

2025-05-22     윤소리 기자
보이스피싱 관련 자료사진 

신종 온라인 사기 피해가 급증하면서 국민권익위원회가 민원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례적으로 ‘민원예보’를 발령했다. 민원예보는 주간 접수 민원이 일정 기준을 초과해 국민 피해 확산이 우려될 때 관계기관의 조기 대응을 유도하기 위해 발령되는 조치로, 온라인 사기와 관련해 한 주 동안 378건의 민원이 집중되며 경보가 작동한 것이다. 지난주보다 1.34배 증가한 수치로, 단일 사안으로는 상당히 이례적인 급증세다.

이번에 발령된 민원예보는 단순한 보이스피싱이나 문자 결제 사기 수준을 넘어서, SNS 채널·가짜 사이트·채팅앱 등을 활용한 새로운 수법이 다수 확인되면서 경각심을 높였다. 유형별로는 유명 브랜드로 위장한 사이트를 통해 구매 결제 후 상품을 배송하지 않는 쇼핑몰·해외직구 사기, 리뷰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고액 입금을 유도하는 아르바이트 사기, 리딩방을 개설해 초기 수익을 미끼로 고액 투자를 유도한 뒤 잠적하는 투자 유도형 사기, 연애 감정을 빙자해 금전을 편취하는 로맨스 스캠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 민원 사례 중에는 5천만 원에서 7천만 원대 피해를 입은 중장년층 피해자부터 20대 사회초년생까지 다양하게 나타났다.

문제는 이러한 사기가 단발성이 아닌 구조화된 ‘재범 시스템’에 의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가짜 사이트는 폐쇄 후 유사한 이름으로 반복 개설되고, 텔레그램·인스타그램 등 해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접근은 피해자의 경계를 우회한다. 특정 텔레그램 리딩방은 수만 명을 상대로 수천억 원대 사기 피해를 입히고 폐쇄되었으며, 채팅앱 기반 연애 사기는 제3자 명의 계좌를 통해 송금을 유도해 추적도 어렵다.

이러한 현상은 공공기관 민원 시스템이 실질적으로 수사기관보다 빠르게 경고신호를 발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민권익위는 국민신문고, 지자체 민원창구, 공공 데이터베이스를 연계해 사기 민원 패턴을 실시간 분석하고 있으며, 민원예보를 통해 관계기관의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민원이 ‘경고’에 그치는 반면, 수사나 실질적 환수 조치는 늦거나 한계에 부딪힌다는 점에서 이중적인 불균형이 존재한다.

실제로 한국의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2023년 기준 1천965억 원으로 전년보다 35.4% 증가했으며, 1인당 평균 피해액은 1천710만 원에 달했다. 특히 1억 원 이상 고액 피해자는 전년 대비 69.9% 증가했고, 50대 이상 피해자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가운데 20대 이하 청년층 피해도 빠르게 늘고 있다. 정부기관 사칭형은 1인당 피해금이 평균 2억 원을 넘는 등 피해의 질적 규모 또한 심화되고 있다.

사기의 방식이 디지털화되고 진화하는 만큼, 대응 체계 또한 기술적이고 선제적이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금융당국은 AI 기반 보이스피싱 탐지 시스템 개발, 실시간 지급정지 체계 도입 등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지만 SNS 기반 사기와 가짜 쇼핑몰 문제는 여전히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 회피와 국제 수사 공조의 어려움이라는 구조적 한계에 봉착해 있다.

전문가들은 국민권익위의 민원 데이터를 경찰청 등 수사기관과 실시간 연계하는 시스템 구축과 더불어, 플랫폼별 사기 유형 데이터베이스화, 반복 개설되는 도메인 차단 조치, 연령대별 맞춤형 예방 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온라인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책임 범위 강화와 해외 사기 네트워크에 대한 국제공조 수사체계 확립도 필수 과제로 제시된다. /윤소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