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건기식, 중복 섭취 '주의보'

효과보다 부작용…간 독성 등 이상사례 우려 증가

2025-05-21     윤소리 기자
아이클릭아트 

다이어트 건강기능식품의 '체지방 감소'와 '체중 감소'는 명확히 구분되어야 할 개념이다. 체중 감소는 지방뿐 아니라 근육, 수분 등 신체 전반의 무게가 줄어드는 현상을 의미하며, 일반적으로 체중계 수치로 확인된다. 반면 체지방 감소는 체내에 저장된 지방량이 줄어드는 것을 말하며, 이는 반드시 체중 감소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근육량이 늘고 체지방이 줄 경우 체중은 오히려 증가할 수 있으나 건강상으로는 긍정적인 변화로 평가된다. 이처럼 체중 감량은 단기 수치의 변화를 보여주는 반면, 체지방 감량은 대사 건강과 직접 연결되는 질적 지표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공개한 다이어트 건강기능식품 12개 제품 시험 결과에 따르면, 모든 제품이 체지방 감소 기능성분의 기준 함량을 충족했다. 시험 대상은 가르시니아캄보지아 추출물과 녹차추출물 제품 각각 6종으로, 기능성분 함량이 모두 관련 기준인 총(-)-HCA 750㎎ 이상, 카테킨 300㎎ 이상에 부합했다. 그러나 효과의 이면에는 중복 섭취와 관련된 부작용 우려가 존재한다. 소비자 조사에서는 두 종류 이상을 동시에 섭취하고 있다는 응답이 전체의 66.6%에 달했으며, 이에 따른 간 독성 등 이상 사례 가능성이 식약처 재평가를 통해 공식 지적된 바 있다. 그럼에도 체지방 감소 기능성 제품의 중복 섭취에 대한 주의 문구를 제대로 기재한 제품은 2개에 불과했다.

가르시니아캄보지아 추출물의 주요 성분인 하이드록시시트르산(HCA)은 포도당이 지방산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억제해 지방 축적을 줄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지방 생성 효소인 시트르산분해효소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용하며, 일부 인체적용시험에서는 체지방 감소 효과가 확인되었다. 그러나 이 효과가 실제 체중 감소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연구는 제한적이며, 감량 효과의 유의성이 통계적으로 일관되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체지방이 줄더라도 근육이나 체수분 변화가 상쇄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한 체중 수치만으로는 건강 개선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녹차추출물 역시 지방 산화 촉진과 항산화 기능으로 체지방 감량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성분으로 활용된다. 이 중 에피갈로카테킨갈레이트(EGCG)는 카테킨의 일종으로 지방세포의 분해를 촉진하는 기전을 가진다. 그러나 이번 시험에서 녹차추출물 제품 가운데 1개 제품에서는 잔류용매(초산에틸) 기준을 초과한 사례가 확인되었다. 해당 제품은 회수 및 환불 조치가 진행되었으나, 건강기능식품의 원료 처리과정에 대한 소비자 신뢰에 영향을 미쳤다. 또한 디카페인 제품으로 표시된 일부 제품에서도 카페인이 검출되었는데, 이는 표시기준에 대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건강기능식품의 영양성분 중복 섭취에 따른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시험 대상 12개 제품 중 8개는 비타민이나 무기질을 함께 함유하고 있었고, 일부 제품은 일일 영양성분 기준치의 400%를 초과하는 성분도 포함하고 있었다. 특히 판토텐산, 나이아신, 비타민B군, 셀레늄 등은 간이나 신장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다른 보충제나 약물과의 병용 시 전문의와의 상담이 필요하다. 건강기능식품이 ‘건강한 체중 관리’를 표방하더라도, 소비자는 그 섭취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양면성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체중 감량에만 집착한 나머지 식단 조절이나 운동을 소홀히 하는 경우도 많다. 제품 12종 중 3개는 섭취 시 식이조절이나 운동 병행에 대한 권장 문구조차 표시하지 않았으며, 나머지 제품들도 이를 강조한 문구가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건강기능식품이 식이요법이나 운동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오해를 야기할 수 있는 환경이다. 이는 체지방 감소의 본질적 목표와 상충하며, 건강보조제품의 올바른 활용이라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체지방 감소는 단기적인 수치보다 지속가능한 건강 상태를 목표로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의 병행, 고른 영양소 섭취, 스트레스 조절, 충분한 수면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식품은 이러한 생활습관 개선을 보완하는 보조 수단일 뿐, 핵심은 아니다. 특히 다이어트 목적의 건강기능식품은 단기간 효과보다는 장기적 안전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체중계 숫자보다 체성분 분석기기를 통한 체지방률 변화나, 일상에서의 활동성 향상 등을 지표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국 다이어트 건강기능식품의 '체지방 감소'와 '체중 감소'는 기능적·임상적 관점 모두에서 구분되어야 하며, 소비자는 이를 명확히 이해한 상태에서 제품을 선택하고 섭취해야 한다.  특히 여러 제품을 병용할 경우 전문가 상담이 필수다. 제조사 역시 주의 문구와 기능성 구분에 대한 표시를 강화해 소비자 피해를 줄이고, 신뢰를 높일 필요가 있다.  /윤소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