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회복'의 착시…한국 노동시장의 균열-②

제조업이 빠진 자리, 복지와 기술이 채웠다

2025-05-15     윤소리 기자

2025년 고용동향은 전체 고용률 상승과 실업률 하락이라는 긍정적 지표와 달리, 청년층 고용 부진과 산업·지역 간 불균형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본 연재는 이를 세 가지 축으로 나누어 심층 분석한다. 1편에서는 고용률 지표에 가려진 청년층 실업률 상승과 경력직 중심 채용 구조의 문제를 조명하고, 2편에서는 제조업 고용 감소와 서비스업 편중이 낳은 산업 구조 재편과 고용 질 저하 문제를 다룬다. 3편은 지역 간 고용 격차와 지방 청년 유출의 심화를 통해 고용 회복의 이면을 분석한다. /편집자주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올해 고용통계는 취업자 수 증가와 고용률 상승이라는 표면적 지표와 달리, 산업별 고용구조 변화와 고용의 질적 이슈에서 심화되는 불균형을 드러내고 있다.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수는 19만 4천명 증가해 총 2천888만 7천명을 기록했고, 15~64세 고용률은 69.9%로 0.3%p 상승했다. 그러나 산업 간 취업자 증감의 방향성과 고용형태의 분포는 노동시장의 체질 변화가 결코 단순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산업별로는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에서 21만 8천명의 취업자가 증가했고,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과 정보통신업에서도 각각 7.3%, 6.6%의 고용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면 건설업은 7.2%, 농림어업은 8.6%, 제조업은 2.7% 감소하며 전통산업 기반의 고용이 위축되는 흐름을 나타냈다. 특히 제조업과 건설업은 고용규모 측면에서 국내 산업구조의 중심축을 이루어 왔던 만큼, 해당 부문의 고용 감소는 고용 안정성뿐만 아니라 지역경제와 연쇄적인 파급효과를 동반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산업 간 고용 불균형은 직업별 분포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는 29만 3천명 증가하며 전체 고용 증가를 견인했지만, 농림어업 숙련 종사자와 단순노무 종사자는 각각 감소했다. 이는 정보기술·전문서비스 등 고학력 기반 직종에 집중된 고용 증가가 전통산업 및 저숙련 노동자의 고용 감소와 병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시사한다.

종사상 지위별로 살펴보면, 상용근로자는 27만 9천명 증가해 고용 안정성이 높아지는 듯한 외형적 흐름을 보였으나, 일용근로자는 5만 4천명,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만 6천명 줄었다. 대신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1만 1천명 증가했고, 무급가족종사자는 7만 7천명 감소했다. 이는 자영업 내부의 구조가 고용 창출형에서 생계형·단독형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나타내며, 고용의 양은 유지됐으나 질은 악화되고 있음을 암시한다.

주당 평균 취업 시간도 38.7시간으로 전년 대비 0.4시간 감소했다. 특히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등 서비스업에서는 단시간 근로자 비중이 늘어나면서 노동시간이 축소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반면 제조업은 주당 평균 42.1시간으로 오히려 0.1시간 증가해 노동강도가 유지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이는 산업별 근로 여건의 격차가 고용의 질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2025년 고용시장은 ‘고용 총량 유지, 구조 이질화 심화’라는 이중적 특징을 보인다. 고용률은 증가했지만 산업 간 성장 불균형, 고용형태의 질적 저하, 단시간·비정형 노동의 확산 등은 노동시장 안정성에 대한 경고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청년층과 저숙련 노동자들은 구조 전환의 취약지대에 놓여 있어, 직업훈련과 재교육 등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없이는 고용 양극화가 더 심화될 수 있다.

고용의 양뿐 아니라 질과 분포를 고려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노동시장에 진입한 신규 취업자들이 비정규·단기 일자리에 몰릴 경우, 경기 회복의 온기가 장기적인 소득 안정성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단기적 순환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산업별 고용 구조 변화에 대응한 중장기 고용 전략을 강화하고, 고용의 질을 중심으로 한 노동시장 성과 평가 기준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윤소리 기자